심원사 가는 길
심원사 가는 길(2010. 02. 17)
심원사 오르는 길 옆의 고드름 빙벽
얼음 빙벽 폭포
심원사 일주문
일주문 지나서 찍은 심원사 전체 전경
스님과 동거하다 떠난 말벌집(노봉방)
심원사 전경(대웅전의 모습임)
심원사 대웅전 뒤편의 삼성각
폭설로 인해 인적이 끊긴 오솔길
산사의 스님일지 모르지만 몇 사람이 다닌 발자국 흔적에 길임을 알 수 있었다.
외롭게 서 있는 소형 차량 1대는 주인 잃은 차처럼 눈 속에 서 있다.
도장산을 찾는 등산객 차량인가 싶어 살펴보니 바퀴 자국이 없는 것으로 보아 눈 오기
전에 서있던 것으로 보인다.
준비되지 않은 신발, 등산화가 없기에 아무래도 미끄러운 눈길을 오르려면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쌍용 계곡과 접한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주변의 조릿대는 눈 속에서 더욱 푸르게 보이고 봄기운이 실린 겨울 바람은 소나무에
쌓인 잔설을 털어내고 있다.
계곡의 물길을 막아선 기암괴석은 풍경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별천지 같은 느낌을 던져준다.
찾는이 없는 이 길에 동행이 두 사람이다.
눈 밟히는 소리가 그림자처럼 따라 붙고 깨끗한 설경을 뒤로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속세를 떠나 산중으로 들어가는 출가의 느낌이 다가온다.
마음속에 찾아드는 청정의 기운이 온 몸에 솟아오르니 걸음마다 업장이 소멸되는 듯
가뿐하다.
속도가 늦은지라 호흡은 가쁘지 않았다.
조용히 조심스레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니 제법 많이 올라온 것 같다.
뒤돌아보니 올라온 길은 하얀 눈 속에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다가오는 새로운 전경들은 마음을 들뜨게 했다.
겨울에 심원사를 들린 것은 처음이다.
몇 십 년 전에 친구들이랑 한 번 올랐었지만 그때는 겨울이 아니었었다.
나뭇잎에 가려진 계곡은 잘 보이지 않아 계곡의 아름다움을 잘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오늘 겨울에 심원사 오르는 길은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속속들이 계곡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그러다보니 미처 보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얼마를 올랐을까?
계곡의 정적을 깨뜨리는 물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니 작은 폭포가 있었다.
추운 날씨 때문에 폭포는 얼음 폭포를 만들었고 얼음을 뚫고 나온 물줄기는 아래로
세차게 떨어졌다.
겨울의 벽을 뚫어버리는 기상을 보니 아마도 이 겨울을 곧 밀어낼 듯이 보였다.
당장 내려가서 그 모습을 담고 싶었다.
내려가는 경사도 그렇지만 수북이 쌓인 눈을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계속 올랐다.
폭포를 지나 한참을 더 오르니 두 갈래의 길이 나왔다.
한 쪽 길은 도장산이란 이정표가 새겨져 있고 한 쪽은 심원사 이정표가 있었다.
도장산으로 오르는 길은 발자국 흔적이 한 두개 뿐이다.
‘눈 속에 묻힌 오솔길을 내어준 분은 바로 심원사 스님이었구나.’
좌우를 살피며 오르는 길 눈 녹은 바위엔 고드름이 아침 빛살에 반짝인다.
드디어 심원사(深源寺)가 보였다.
심원사(深源寺)는 신라 무열왕 7년(660년) 원효대사가 초창했다고 전해지며 사적기가
없어 알 수가 없고 1958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64년에 중창한 절이라 향토지에
기록되어 있다.
일주문(一柱門)에 이르니 지붕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일주문(一柱門)은 불국토와 속세의 경계가 되는 곳이다.
일주문(一柱門)을 넘어서면 불국토요 나오면 중생이 사는 속세이다.
초라하게 보이는 일주문(一柱門)
가까이 살펴보니 지붕이 함석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도 격을 높일 양 나한상 같은 문양이 일주문 정면에 걸어 놓았다.
아무래도 차량이 접근할 수 없는 격리된 곳이기에 자재 운반이 힘들어 저렇게 밖에
지을 수 없었던 것 같다.
50미터를 더 나아가자 심원사가 나왔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장독대는 흰 눈의 배경 위에 더욱 진하게 보인다.
지붕 밑 말벌 집(노봉방)은 스님과 같이 동거하다 떠났는지 반쯤 깨져 있다.
주위를 살펴보니 심원사는 도장산 자락에 포근히 감싸져 있었다.
여린 아침 햇빛은 도장산의 기운을 받아 대웅전에 더욱 강하게 내리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조용하다.
스님이 자리를 뜬 듯 비워있는 절 같았다.
지붕은 함석으로 되어 있고 절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6,70년대 일반 가정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감로수란 표지를 보고 가니 호스에서 맑은 물이 졸졸 나오고 있었다.
한 바가지 마시고 속세의 티끌을 씻어 내렸다.
시원히 내려가는 감로수를 마시고 나니 이제 나도 스님이 된 듯했다.
스님이 되었으니 대웅전에 가서 수행을 하는 것은 기본인 법
밀 창 마루 유리창으로 안을 살펴보려는데 스님이 나오신다.
합장을 하고 나니 스님이 말을 던지신다.
“아침 일찍 이런 눈길을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예 사진 좀 찍을까 해서 왔습니다.”
“아! 예에.”
“스님! 절 좀 해도 되겠습니까?”
“아! 예 하십시오.”
대웅전에 들어가서 만원을 놓고 삼배를 올렸다.
절을 하고 나오니 스님께서 차를 한잔 하고 가라신다.
스님이 가져온 구기차 한 잔을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님은 여자 분이었고 혼자 수행을 하고 계셨다.
‘무섭지도 않나. 스님도 사람인데 혼자서 수행하다니’
해가 떨어지면 까만 어둠이 묻혀버리는 이 깊은 산중에 속세의 연을 끊은 분이
바로 앞에 계신다.
스스로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고 계신 스님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산 밑에 있는 주차되어 있는 차가 스님의 차라는 것도 알았다.
이제 가야 할 시간
심원사를 나서는데 스님이 따라 나오신다.
“스님! 들어가십시오. 차 잘 마시고 갑니다.”
“아이고! 뭘요.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내려가십시오.”
내려오면서 생각해본다.
‘스님도 저하고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어 이렇게 만나게 되었군요.’
일주문을 나서며 마누라와 같이 와야겠다고 다짐하며 심원사를 내려왔다.
계곡을 내려오니 주차장 옆 우체통은 열린 흔적이 없다.
눈이 녹아야 사람 구경을 많이 할 수 있을텐데 혼자 남은 스님이 맘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