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들

사춘기?

청화산 2011. 7. 9. 16:52

사춘기일까?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데.

아직까지 아버지 말이라면 대들고 반항하는 것은 없었는데.......

그러나 저 엄마하고는 아닌 것 같다.

마누라는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나야 방임주의라서 저들 하는데로 내버려두는 스타일이지만.

 

아래 글은 마누라와 아들 사이 주고 받은 메세지이다.

메세지이지만 장문의 메세지이다.

워낙 내용이 반항적이라 마누라 폰에 저장되어 있던 것을 내게 다시 보내라고 했다.

7월 3일에 보낸 것을 이제서 꺼내본다.

 

"공부해야지. 집에서 공부 좀 하라고 하는데 공부해야지.

그리고 괜히 집에 갔다가 스트레스만 더 쌓이여.

진짜 내가 학교에서도 스트레스 받고 집에서도 받아야되나?

그리고 지난 달에 학교에서 우울증 검사했는데 우울 나왔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렇게 되겠나.

학교에서는 친구랑 성적에 스트레스 받고 집에서는 공부 안한다고 스트레스 받고

이래가지고 뭐 제대로 살겠나?

스트레스 때문에 화병나서 죽지. 아오 진짜"

 

마누라가 뭔 메세지를 보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주 반항적이다.

그러나 이건 약과다.

다음 메세지는 나에게 반항하는 메세지이다.

"아 쫌. 어차피 학교 다시 가야되여.

그리고 나도 혼날 이유 없어.  엄마하고 아빠는 그거 살 때 돈 한푼도 안 보태줬으면서

왜 자꾸 누나 주라고 그러는데.

그리고 누나는 엠피에 이상한 거 막 깔고 그러는데 나는 노트북에 좀 깔면 안되나.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엠피도 바이러스 걸리고 느려지여. 

근데 왜 나만 뭐라고 하는데. 진짜 기분나쁘네. 사람 차별하나.

그리고 아빠는 누나만 좋아해여.

지난 번 아빠폰 보닌까 가관이드만.

누나는 "공주님♥"이라고 되어있으면서 나는 "유원종"이라고 되있던데

무슨 거래처 직원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싫나?"

 

이 메세지를 보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무 생각없이 딸과 아들 명칭을 그렇게 한 것인데 그것이 맘에 걸렸나보다.

내가 딸을 좋아하고 아들을 싫어하고 그런 것이 아닌데

아들이 보기엔 그게 아니었나 싶다.

작은 것에서 애들이 느낌은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네 휴대폰에서 아들 이름 "유원종"을 "유박사"로 바꿨다.

언제 아들이 내 폰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