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손 자랑
참으로 오래 된 듯한 시간
기억에서 지우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 했는데
이제는 잊어야 할 듯 싶다.
사춘기라 모든 것을 치부해 버렸는데
인생이 무상함을 이제야 알 듯 싶다.
그렇게 거치고 억세고 정말로 내 딸인가 싶을 정도로
가슴을 졸이며 살아왔는데
어느새 세월이 마구 지나간 지금
새로운 삶을 느껴본다.
우리 공주가 저토록 예뻤는가?
마음도 저렇게 예뻤는가?
내 기억 속에 별로 기억이 남는 것이 없다.
다만 먼 그때로 되돌린다면 생각 나는 것이 있다.
여섯살 때 전국 다도회 나가서 은상을 두번이나 받았다.
그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을 잊고 살았고
올해 고삼이 되어서 공주의 참됨을 본다.
갑자기 파트 타임제 대신 일자리를 잡았던 마누라
첫날부터 눈물을 떨구었다.
무슨일이 있나 싶어 물어보니 첫날부터 섭섭한게 있었던 것 같았다.
세상사 내 맘대로 쉽게 풀리는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은 마누라로선 적잖이
마음이 상했던 것 같았다.
집에서 살림만 하다보니
어느 날 자신이 한참 무능해져 있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았다.
결국은 섭섭한 감정과 맞물려 눈물을 떨구었다.
그러다보니 마누라는 축 쳐져 있었고
이를 지켜본 공주가 엄마를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다.
저녁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는데
공주가 만든 오징어 포 볶음을 먹어보라고 했다.
근데 이게 뭔가?
마누라가 만든 것 보다 더 맛이 좋았다.
멸치 볶음하고 두 가지 반찬을 한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잘 하냐고 물었더니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그렇지 첨 만드는 반찬이 이리 맛이 좋을 줄이야.
신통하고 기특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생각을 다 했냐고 물었드니
"요새 엄마가 많이 힘들어 해서 했어요."
견원지간이라 그렇게 싸움을 하였는데도
결국은 엄마와 딸 사이는 어쩔수가 없는가 보다.
알게 모르게 서로를 생각해주는 아름다운 마음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자리하고 있었으니......
반찬을 먹으면서 생각해본다.
행복은 큰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작은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손 재주는 타고 나는 것인가?
막둥이 머리를 자른 것을 보고 또 한 번 다시 놀랐다.
어릴적 아들 머리 내가 잘라준다고 사준 이발기계를 사용하다
잘되지 않아 묵혀두었는데
공주가 잘도 사용한다.
막둥이 머리를 아주 예쁘게 잘랐다.
깐깐한 막둥이도 맘에 드는지 싱글벙글이다.
덤으로 누리는 행복이 너무 좋다.
알게 모르게 많이 자란 공주가 대견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