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기

물고기 잡이

청화산 2012. 6. 3. 17:39

마누라는 서울 친구 만나로 가고 없다.

아침에 일어나니 6시 10분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오늘은 뭐하나 머리를 굴렸지만 별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다.

다시 잠을 청하여 일어나니 어 8시 30분이 넘었다.

이놈들 혹 학교가나 싶어 문을 여니 깊은 잠에 푹 빠져있다.

공주도 어찌 된나 싶어 두드리니 눈을 비비며 일어나고 있다.

"미역국 데워났으니 밥 찾아 먹어라."

마누라는 멀리 갈 때마다 국을 한 솥 끓여 놓고 간다.

알아서 찾아먹어라는 소리다.

 

밥을 먹고 나서 거실에 누워 메이져리그 보노라니 이 또한 갑갑하다.

'농암이나 갈까? 고기나 잡으로 갈까? 고기는 혼자 잡기가 좀 뭐한데. 막둥이 데리고 갈까?'

막둥이가 잠에서 일어나 밥을 먹는 것을 보았다.

"야아! 수종아!. 너 아버지 하고 고기 잡으로 갈래?"

"어..어, 몇시에 올건데요. 두시 전에 와요?"

"두시 전에는 오지. 고기를 얼마나 잡는다고."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물 고기를 잡을 반도(족대)를 8,000원주고 하나 샀다.

"야아! 수종아. 오늘 족대 값 할런지 모르겠다."

소방서를 지나 호계쪽으로 하천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멀리서 보니 가뭄 때문에 물이 많이 줄었기에 차를 도로변에 세워두고 갔다.

아니 그런데 생각보다 고기가 많지 않았고 잡기가 힘들다.

이렇게 잡다가는 한세월 없다.

'족대 값 하기 글렀군. 불정이나 갈까? 그긴 지난번에 많았는데.'

할 수 없이 꺽지 한마리, 쉬리 몇마리, 미꾸라지 두마리 잡은 것을 들고 물가로 나왔다.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 영강 수도사업소 앞 보에 가기로 했다.

 

여기서도 못 잡으면 족대 값 하기 완전히 글렀다.

보에 가니 보 위로 넘치는 물 줄기를 타고 피리들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몇 마리는 잡을 것 같아 족대질을 한 번 하였다.

 

어 근데 이게 뭔가?

족대를 드니 엄청난 고기가 들어와 있다.

적어도 50마리는 족히 넘을 것 같았다.

"우와! 수종아 이거 봐라. 와...대단하다."

"와아. 아빠 ...우와...와"

기분이 억수로 좋았다.

 

고기 담을 그릇을 챙기지 않아 병에 일일이 넣기가 시간이 걸린다.

고기를 넘은 막둥이 얼굴에 웃음 꽃이 핀다.

 

족대질을 몇번 하니 잡은 고기 양이 엄청나다.

고기 종류도 다양했다.

제일 많이 잡은 고기가 쉬리, 그리고 피리, 호랑이 미꾸라지, 꺽지, 붕어 다양하게 잡혔다.

내가 잡노라니 막둥이도 족대질을 하고 싶단다.

그래서 주었더니 제법 잘 잡는다.

 

잡아온 고기를 물병에 넣고 있는데 갑자기 막둥이가 이야기 한다.

"아! 아빠 이거 봐요. 새우가 있어요. 이거 새우 맞아요?"

"그래 이게 민물새우다. 징거미라고 하지. 이거 맛있다. 잘 없는데 있네."

잡은 고기 양이 엄청나다.

이 고기 배따려면 시간이 엄청 걸리기에 고기를 그만 잡고 배를 땄다.

시간이 한참 걸렸다.

고기 배를 따고 일어서려는데 막둥이는 다시 족대를 들고 보 밑으로 들어갔다.

'허허! 이놈 욕심이 많구나. 이 고기만 해도 많은데.....그래 함 보자 얼마나 더 잡는지'

아니 이게 뭔가?

족대를 들고 나오면서 막둥이 입이 귀에 걸린다.

"아빠 이거 봐요. 우와 진짜 많이 잡았어요."

 

 

 

 

막둥이가 이제껏 잡은 고기 중에서 제일 많이 잡은 것이다.

잡은 고기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이놈아 바로 이게 자연공부다.

많은 생명을 죽인다는 것이 좀 마음은 걸렸지만 집 안에서 컴 싸도는 것 보다 훨씬 좋지 않은가?

 

 

오늘 단단히 족대 값은 한 것 같다.

다시 잡은 고기를 배를 따보니 양이 엄청된다.

고기 크기도 아주 적당해서 매운탕을 끓여도 그냥 먹어도 되는 크기이다.

아마도 저녁은 매운탕으로 해먹어야 겠다.

 

 

그나저나 마누라은 언제 올란가?

내려와야지 매운탕을 끓여도 끓일 것인데.

내가 한번 끓여볼까?

혹시나 맛이 없을 것 같아 마누라 내려오기를 기다리로 했다.

집에 돌아와서 비닐 봉지 세개에 나눠어 냉동실에 넣었다.

 

두시간 남짓 고기를 잡았는데 엄청 많이 잡았다.

자연 공부 치고는 오늘은 기분 좋은 학습장이다.

아버지로서 자연 공부는 잘 시킨 것 같다.

아마도 시간이 흘러 우리 막둥이도 성년이 되어 자식을 둘 것이다.

그 때 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이 물가로 와서 자식들에게 고기를 잡아주지 않을까?

우상 같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