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기

마늘과 땀

청화산 2012. 6. 16. 21:00

처가집 가려고 나오니 날이 후덥지근하다.

어제 저녁부터 밤새 적은 비가 내렸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은 듯 하다.

빛살을 보니 오늘 땀을 많이 흘릴 것 같다.

처가집 밭으로 오면서 막걸리도 사고 준비를 해서 밭으로 올라가니 놉을 했는지 일꾼이 있다.

벌써 1/3 정도는 마늘을 뽑아놓은 상태다.

날씨도 그렇거니와 사가지고 간 막걸리 한 잔을 먹고 일할까 하여 비닐 막사에 앉아

오늘 일거리를 보면서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농사는 장모님과 장인 어른 두 분이 지으신다.

연세가 75살인데도 불구하고 저 넓은 밭에 농사를 하고 계신다.

이제는 힘이 부칠 나이인데 아직도 농사 일을 놓지 못하고 계신다.

그 덕으로 나는 일 년 동안 먹거리를 처가에서 대주는 것으로 생활하고 있다.

쌀, 고추, 배추, 무우, 호박, 참기름, 들기름, 된장이며 고추장 거의 모두를 처가집에서 대어주신다.

외동 딸 보내놓고 못 미더운지 많은 것을 보태주지만 나는 고마움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건성으로 처가집 농사일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직장 생활 핑계, 어쩌면 내 개인적인 생활을 핑계로 처가에 들러는 것이 뜸하다.

외동 딸 시집 보내놓고 장인, 장모 서운할 지 모를 일이지만 처가집 들러 때마다 씨암탉

안 잡아준다고 투덜된다.

밀짚모자 쓰고 햇빛을 차단시켜 보지만 쏟아지는 땀을 어쩔 수 없다.

이마에 흐른 땀은 안경에 떨어져 일하기가 영 거북하다.

할 수 없이 안경을 가슴팍 주머니에 넣고 마늘을 캐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쪼그려앉아 캐다보니 다리도 아프고 힘도 많이 든다.

그래도 며느리, 사위, 딸래미가 와서 일거리 도와주니 마늘 캐기가 훨씬 수월한 택이다.

 

대지는 너무 가물어 있다.

어제 뿌린 비는 땅속 깊이 스며들지 못해 땅을 깊게 파면 마른 흙이 나온다.

장마전선은 제주도 저 먼 바다에서 형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하루 빨리 내륙쪽으로 올라와서

이 심한 가뭄을 해결해 주기를 기대해본다.

 

허리도 아프고 쪼그려앉았더니 다리도 아프다.

밭에 푹 주절러앉아 마늘을 캐니 조금 나은 듯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딱딱한 땅을 파면서 마늘을 캐니 어느새 물집이 생겼다.

물집에 통증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마늘을 다 캐고 나니 11시 20분이 넘었다.

땀이 뒤범벅되어 집에 가서 밥을 먹기가 그래서 점심을 가지고 와서 먹기로 했다.

 

삼결살에 밥, 막걸리를 마시면서 허기를 채웠다.

배가 고팠던지 허겁지겁 많이 먹었더니 이내 배는 다 찬 모양이다.

장인 장모님이 막걸리를 자꾸 권했지만 부른 배는 막걸리를 받아 들이지 못한다.

흉내내는 것으로 잔을 돌렸다.

 

오늘 점심은 웰빙식이다.

처가집 밭에서 자란 상치와 내가 산에 가서 뜯은 참나물이 있기 때문이다.

귀한 산나물이라 모두가 좋아했다.

이제는 저 참나물도 이게 마지막이다.

어떻게 보관했는지 몰라고 보관 상태가 양호해서 아직도 싱싱했다.

 

다 캔 마늘을 50~60개 정도를 한 묶음으로 모두 묶었다.

줄기가 떨어지 마늘은 통에 담았고 묶은 마늘은 경운기에 실었다.

경운기에 가득 찼다.

저 것이 일년 마늘 농사의 전부이다.

 

일을 마치고 한 숨을 돌려 내 몸을 쳐다보니 온 몸이 황토흙 칠이다.

땀과 함께 젖어 보기가 영 아니다.

그래도 가슴 한 곳에 오늘 일을 모두 끝냈다는 기쁨이 일어선다.

앞으로 몇년을 더 농사 지을지 모르지만 두 분의 연세를 생각해서라도 자주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얼마나 실천할 지 두고 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