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글 나의생각

2013년 계사년을 맞으며

청화산 2013. 1. 4. 01:05

계사년(2013)을 맞으며

심한 몸살을 앓고 난 기분이다.
긴 여정에서 목적지에 도착한 기분이다.
결과가 어찌 되었던 간에 목적했던 대로 거의 마무리를 하였다.
입술이 터지고 쌓이는 스트레스에 불면의 밤을 보냈는데 역시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시간이 지나가면 어떤 결과든 마무리 된다.
그것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조직개편과 맞물려 570명이 넘는 인사를 하였다.
832명중 거의 3분의 2를 인사를 하였는데 완벽하지는 못했다.
인사라는 것이 한 사람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이의 조합을 맞추다보니

관점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자부심을 가져본다.

이제 인사도 마무리 한 시점에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달콤한 휴식이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간 속에서 내 자신의 시간을 잊어버렸는데
이제야 주위를 둘러본다.
호흡도 추스르면서 내 주위에 달라진 것을 본다.


매일 늦게 퇴근을 하다가 오늘 따라 일찍 집으로 돌아온 날
저녁을 국수로 배불리 때우고 나니 잃어버렸던 잠이 찾아왔나보다.
눈을 떠보니 10시가 넘었다.

새해가 바뀐 지가 3일째 되는 날이다.
이제야 새해가 바뀜을 느껴본다.

새해 첫날 해맞이 행사로 돈달산을 올랐다.
지인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면서 정상에서 새해 서설을 맞았다.
새해 해맞이를 보는 것보다 새해 서설은 더욱 보기 어려웠음인지 새해 서설은 기억 속에

각인될 것 같다.
새해를 맞으면 마음속에 뭔가를 바라는 법이 있거늘
올해는 어떻게 될지 도무지 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해맞이 군중 속에 아는 분이 계시기에 인사를 하려다가 맘먹고 있다가 놓치고 말았다.
행사를 마치고 혼자서 조용한 사색에 잠겨 내려오는 길
뒤따라오는 분이 계신다.
아니 내가 인사를 하려다가 만 분인데 나를 뒤따라 내려오다니.......
왠지 올해는 내가 뜻한 대로 될 것이라는 암시를 느꼈다.
어떤 계기로 어느 순간에 느끼는 계시 같은 그 느낌은 살아온 인생에서 대부분이 맞았다.
기분이 좋았다.
내려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바람도 이야기 하였다.

 

어제 먹은 술이 아직도 얼얼하다.
종무식 겸 망년회 겸 먹은 술이 과했나보다.
도무지 집에 어떻게 왔는지 많은 시간이 끊겨 있다.
알콜 치매성 기억상실증이 나에게도 너무 가까이 와 있는 느낌이다.
아니면 지난 한해 힘들었던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망각의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닌지?

눈 오는 산길을 따라 중앙초등에 내려오니
많은 분들이 떡국을 먹고 계신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중간에 있던 자리에서 새로 배급을 하는데 내가 제일 먼저다.
안 그래도 기분이 좋았던 차 점점 더 보태어준다.
‘그래 분명 올해 좋은 일 있을 거야. 믿어도 될 것 같아.’
떡국으로 속을 풀었다.
맛이 일품이다.
해맞이 행사객을 위해 준비한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맛있게 먹었다.

 

이제 오십이다.
지천명이다.
세월 앞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는데 나 역시 세월에 밀려 오십이 되었다.
이제 이 생활도 10년이 지나면 끝이 난다.
아마도 많은 변화가 도사리고 있겠지만 무탈하게 잘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원단 아침에 꿈을 다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