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글 나의생각
마누라의 기억력
청화산
2014. 1. 23. 19:51
등 돌리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마누라
몸을 돌려 뒤에서 살포시 안아본다.
미동도 않던 마누라
갑자기 호흡이 거칠어지고 부르르 몸을 떤다.
나는 안다.
마누라는 지금 꿈을 꾸고 있다.
아마도 악몽일 게다.
그런데 왜?
내가 등 뒤에서 안아줄 때 악몽을 꾸는 것일까?
내가 악몽의 주인공인가?
아니면 내가 악몽 속의 해결사인가?
아침에 일어나면 물어봐야겠다.
그러나 무슨 꿈을 꾸었냐고 물으면 마누라는 말할 것이다.
하도 많은 꿈을 꾸어서 기억이 안 난다고.
그 기억 일상에서도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박은 못이 하도 많기에.
마누라는 밤과 낮이 정말 다르다.
잊어버리지 않는 기계 같다.
내가 박은 것들을 모두 기억하는 천재이다.
가끔씩 하나둘씩 들쳐 내는 바람에 난 머리가 아프다.
마누라의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남은 인생 겁이 난다.
갑자기 내가 뭘 해야 할지 알 것 같다.
눈치 밥의 본능이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