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글 나의생각
막둥이의 외출
청화산
2014. 3. 25. 21:09
갑자기 집안이 절간 같다.
적막한 공간에 빗 소리만 가득찬다.
조금 열린 막둥이 방문으로 눈이 자꾸 간다.
잠을 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문을 열어보려다 뒤돌아 선다.
'아 맞아! 울 막둥이 수학여행 갔지.'
막둥이가 집을 비운 첫날
다가올 그 때를 대비한 시험, 적응하라고 주는 시간 같다.
아직은 내 곁에 머무르고 있지만
곧 그 때가 다가오리라.
하루하루를 따져보면 엄청 많이 남아있는 듯한 시간인데
지나고 나면 너무나 짧은 시간이겠지
오늘은 집도 절간 마음도 절간이다.
그럴수록 수행의 깊이 더해지지만
마음 속에서는 아들을 찾는 목탁소리가 더욱 커질 뿐이다.
옆에서 거드는 마누라의 한마디에
이제는 둘 만 남는다는 느낌이 꽉 찬다.
둘을 보내고 그나마 막둥이가 채워준 공간으로
위안이 많이 되었는데
막둥이 없는 시간에 절간을 배회한다.
그러다 막둥이 전화에 입이 벌어지고
며칠 지나면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막둥이게 달려간 끈을 느슨하게 놓아본다.
"이 놈! 빨리 오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