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면회(2015.9.27)
6주간의 교육과 3주간의 보충교육을 마치고 자대 배치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혹시 전방이 아닐까 염려했었는데 다행히 경기도 고양시 인근 부대로 배치를 받았단다.
매년 오는 한가위
올해는 한가위를 보내고 남은 시간을 아들 면회를 할까 싶다.
고양시는 다행히 형님 댁이 있는 곳에서 30km 떨어져 있다고 했다.
마누라와 둘이 갈까 싶었는데 큰 형님께서 길을 안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부대가 어디 있는지 모르기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대충 부대 근접한 지명을 찍어보니
30km가 좀 넘었다.
20분 정도 달려가면 된다고 하니 금방 도착할 듯한 기분으로 출발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큰 오산이였다.
고양시에 벽제 화장장과 가족 묘지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목적지까지 4km 정도 남았는데 차 행렬은 도대체 움직이지 않았다.
차의 움직이 더딜수록 갓길 운전과 끼워들기가 심해지니 질서를 지키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만
손해를 보는 세상이 되었다.
언제까지 가야 저런 의식들이 사라질까?
나만 편하려고 얌체짓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목적지인 아들 부대까지 오는데 3시간이 걸렸다.
늦어도 10시반쯤 도착하리라고 생각하고 출발하였는데 도착하니 12시 반이 넘었다.
그러나 아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그것이 피곤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부대 앞 정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보초병에게 다가가서 면회 왔다고 하니 위병소에 가서
면회신청을 하라고 하였다.
면회 신청을 하니 원종이는 지금 이발을 하고 있어 10분정도 늦을거라고 했다.
아들이 올 동안 아들 줄 먹을 것으로 사려고 군 피엑스를 찾으니 오늘은 쉰다고 하였다.
'이런! 이럴줄 알았으면 제사 음식이라도 좀 싸가지고 올껄.'
아들한테 미안했고 아들이 실망할까 후회가 되었다.
포도 3송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온 것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일단 통닭을 먼저 시켜놓고 편의점 있는 곳까지 다시 나와서 아들이 먹을 과자며
음료를 사가지고 면회실로 가니 아들이 와 있었다.
점심을 먹었냐고 물었더니 먹지 않았다고 했다.
이렇게 꼬일줄 몰랐는데 꼬일대로 꼬인 것 같았다.
그러나 어쩌랴? 할 수 없지 않은가.
과자와 통닭으로 아들의 배고픔을 달래주어야 했다.
근무 환경을 물으니 작년에 지은 건물이라서 훈련소 환경보다 좋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고 안심이 되었다.
아들과 함께한 시간은 무척 빨리도 갔다.
아들과 더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큰 형님이 점심을 못 드셨기에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큰 형님께서 원종이 용돈 하라고 주니 원종이가 받지 않자 극구
주머니에 넣어주셨다.
이 시간도 기념이기에 사진을 남겼다.
이제 아들을 혼자 두고 우리는 돌아와야 한다.
잘가라는 인사를 거수경례로 하는데 가슴이 울컥한다.
초소 문이 닫히고 안에 혼자 서 있는 아들을 보니 가슴이 더 찡했다.
내가 이럴진데 저 엄마는 오죽이나 하겠는가?
아들을 부대에 두고 차를 몰아 부천으로 돌아오는데 체 5분도 지나지 않아 마누라가 훌쩍거린다.
명절이라서 그럴까?
지난 번 훈련소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복받쳤다.
마누라는 거의 부천 도착할 때까지 수시로 훌쩍거리며 울었다.
왜 그렇게 우느냐고 그러니 마누라 하는 말
"상병만 되도 괜찮을 것 같은데....마음이 안됐네."
그러나 나는 안다.
아들이 상병이 되었다고 해서 안 울 마누라가 아니다.
저 가슴 속에 있는 아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가득하기에 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헤어지면 가슴이 아픈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 뿐인가?
내 뱃속으로 낳은 자식인데 얼마나 이뿌겠는가?
아들의 아픔은 곧 마누라의 아픔이 될 것이니 우는 것은 당연한 법일 것이다.
더구나 이런 명절에 아들은 창살 너머에 두고 오려고 하니 마음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나도 초소 밖에서 아들을 바라보았지만 아들의 표정 역시 밝지는 않았다.
내가 보기엔 적어도 억지 웃음이 배인 슬픔이 깃든 얼굴 빛이었다.
내년 설에는 설 전날 면회 신청을 하여 아들을 데리고 나와야겠다.
그리고 명절 제사를 지낸 후 부대로 다시 데려다 주고 오면 될 것이니.
그러면 오늘 같은 찡한 아픔은 없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어서 빨리 설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 때가 되면 이병 딱지를 떼고 일병을 달고 있을 것이니.........
기대 된다 그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