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들

수능시험

청화산 2015. 11. 15. 11:04

고등학교를 다니는 사람에겐 필수적인 코스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이 수능시험이다.

세월을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고 수능시험에 대한 명칭도 바뀌었지만 큰 맥락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수능시험을 잘 쳐서 좋은 대학을 가고 못가는 것에 따라서 사람 평가가 달라지는 지금의

시스템 속에서 수능시험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모든 고등학생들은 수능이라는 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하여 지난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희로애락으로 갈리어진다.

 

나 역시 수능시험 학부모의 한 명이다.

막둥이가 올해 수능시험을 쳤다.

그러나 막둥이가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가끔씩 열심히 하라고 한마디 한 적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주지는 않았었다.

왜 공부 잘 한다고 인생을 잘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살고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인데 대학 수능시험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까?

막둥이가 3학년이라는 것을 의식 못할 정도였다.

 

그래도 아버지 역할을 해야 하는 법

혹 시간이 흐른 뒤 막둥이가 꺼내놓은 말 한마디

 "아버진 저한테 관심도 없었잖아요."

이런 치명적인 말을 들을 아버지가 되어서는 아니되기에 대화보다는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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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막둥이!
그 동안 고생했다.
공부하는 것도 그렇지만 아버지의 잔소리 들어주는 것 등등
아버지의 잔소리?
듣기 싫었겠지.
그러나 세월이 흘러 네가 아버지의 위치에 섰을 때 그때  아버지의 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너를 사랑하고 너의 앞길을 밝혀주기 위한 것이었으니 이해하길 바란다.

내일이 시험이네.
그동안 네가 노력한 결과를 테스트 하는 엄청 중요한 날이다.
그렇다고 마음에 중압감을 갖지말았으면 한다.
떨 것도 없다.
그냥 네가 평상시 하던 대로 하거라.

시험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란다.
너의 일생에서 전환점이 될 수는 있지만 크게 괘념치 말거라.

아버지는 네가 튼튼하게 자라준 것 만으로 고맙단다.
속 썩이지 않고 잘 자라준 것만으로 그저 감사할 따름이란다.

 

시험이 끝나면 불현듯 너와의 이별 시간이 다가오는 듯하여 가슴이 아리구나.
네 엄마는 아버지보다 더 하겠지.

아들아!
아버지가 멀리 있어 내일 네 곁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그러나 아버지가 멀리 있어도 아버진 하루 종일 너의 시험이 끝날 동안 응원 한다는 것
알아주었으면 한다.

내일 시험치로 가기 전에 대흥사에서 가져온 물 마시고 가거라.
가서 맑은 정신으로 시험 잘 치길 바란다.

울 아들 홧팅하고.....그 동안 노력한 너의 능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전라도 완주에서 막둥이를 억수로 사랑하는 아버지가...

2015.11.11 오전 10:33분

 

막둥이한테 짧은 톡이 와 있었다.

예 아부지 시험 꼭 잘 치겠습니다.

술 좀 줄이십쇼. 사랑합니다.

2015.11.11 오후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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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은 그렇게 평탄히 흘러갈 줄 았았다.

맏이, 둘째 녀석도 큰 걱정 없이 지나갔기에 이 또한 조용히 지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수능시험이 작년보다 어렵게 나왔다고 했다.

수능시험을 마친 막둥이한테서 전화를 하여 확인하니 국영수가 다 어렵다고 했다.

아무래도 뭔가 진통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 동안 수능 뒷바라지 하느라고 저 엄마가 고생을 많이 했기에 엄마한테 고맙다고

하라는 톡을 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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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에게

아들 고생 많았다.
인생에서 많은 것을 좌지우지할 시간이 지나간 것 같구나.
결과가 어떻게 되던 상관은 안 하지만 너의 노력만큼 나올거라 믿는다.
어차피 한 번 치루어야 할 대사이기에 큰 탈 없이 지나가서 다행이라 생각이 드는구나.

그러나 한가지 너에게 꼭 일러줄 말이 하나 있구나.
너의 오늘이 있기까지 너의 뒷바라지를 불평 없이 모든 걸 해준 엄마의 정성을
잊지말았으면 한다.
새벽 두 시까지 네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뜬 눈으로 지새다가 결국은 선잠이 되었던
날이 수없이 많았단다.
아버지는 멀리 있어 너에게 관심을 많이 쓰지 못했지만
너 엄마는 너를 위해 정말 많은 것을 헌신했단다.
그렇다면 정녕 진정한 아들이라면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어린 네가 물질로 해주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엄마를 한 번 안아드리거라.
그러면서 엄마 등을 두드리면서
"엄마 그 동안 고마웠어요. 고생 많이 하셨구요. 그리고 아주 많이 사랑해요."
이렇게 한마디 건네주길 바란다.
오늘 시험 끝났다고 너는 날아갈 기분이겠지?
하지만 너 엄마는 아마도 그 동안 쌓였던 긴장감이 풀려 집에서 쉬고 있을 것이다.
너무 오래 늦지 말고 집에 가서 인사 하거라.
인사도 때가 있단다.
때를 놓친 인사는 안 하는 것만도 못하니 잊지말고 하길 바란다.
네가 대학 가면 엄마는 갑자기 외토리가 될 것인데 있을 동안 엄마 잘 살펴드리거라.
그 동안 고생 많았고 수고했다.
잘 자라줘서 고맙고 사랑한다.
너는 엄마와 아버지의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이였기에 너를 보면 행복하단다.
앞으로 더 큰 발전이 있으면서 스스로 자리매김 하는 너를 지켜볼 것이니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막둥이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2015.11.12 오후 7:49분

 

친구들하고 어울리다 늦게 집에 들어갔나보다.

카톡으로 문자가 와 있었다.

"대학도 못 갈거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 동안 정말 진정으로 노력했던 것들이 헛수고인 것 같아요.

믿은 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합니다."

2015.11.13 오전 0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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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문자를 읽는 데 가슴이 찡했다.

'이 놈 많이 쳐져 있구나'

연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마누라는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아니 왜? 무슨 일 있어?"

자초지종을 말했다.

막둥이는 어제 집에 늦게 들어와서 저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하면서 방에 들어갔다고 했단다.

아침에 학교 보내기 위해 깨우며 아들 얼굴을 보니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고 했다.

저도 속상해서 혼자 울다가 잠이 들었던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제서야 마누라는 막둥이가 마음 상한 것에 미안함을 느껴 울었다고 했다.

어제 방에 들어가면서 미안하다고 할 때 한 번 다독거리며 안아주지 못해서 눈물이

더 났다고 했다.

막둥이가 시험 잘 못 봐서 쳐져 있을 때 " 더 큰 인물 되려고 그러는 것이니 신경 쓰지마"라고

이야기도 했다고 했다.

그 정도면 엄마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막둥이가 쳐져 있을 때

안아주면서 마음 다독여 주지 못한 것을 두고 저렇게 하루 종일 울었으니.......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다시 아들 기살리려고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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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
비가 많이 오네.
톡 내용을 보니 시험을 잘 못친거야?
그래서 기분이 꿀꿀한가?

아버지한테 죄송할 게 뭐가 있어.
괜찮아.
아버진 괜찮아.
엄마도 괜찮을거야.
그럼 문제 없지?
그럼 된네...슬플 일도 아니고 축 쳐질 일도 아니잖아.
그러니 너도 쳐져 있으면 안돼지.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거야.
지나간 것에 머물러 있으면 발전이 있을까?
도리어 멍에가 될 뿐이지.
아버진 너의 당당함을 좋아해.
결과에 따라 변화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울 막둥이 고생했어.
결과는 신경 써지마.
그리고 아버지가 보기엔 이번 시험 다 어려웠다고 하는데 너만 어렵겠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지.
그리고 아직 대학 발표 난거 아니잖아.
미리 기죽어 있을 필요 없어.
그러니 당당하게 생활해.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잖아.
공부 잘 하는 사람이 다 성공할까?
아마도 5프로도 안될껄.
그러니 이번 시험은 신경 쓰지말고 당당하게 지내.
알았지?
엄마와 아버지 한테 죄송함을 느낀다는 것은 네가 효자이기 때문이야.
엄마와 아버진 효자를 둔 것만으로 행복하단다.

그리고 이번 시험을 통해 너도 경험한 것을 앞으로 잘 살려봐.
그럼 더 큰 결실이 있을 것이니

아버지가 공무원도 추천해줬자나.
아버진 고등학교 나와서도 대학 나온 사람들 이끌면서 공직생활 하잖아.
너도 아버지 처럼 안 될게 뭐가 있어?
너도 맘만 먹고 매진하면 아버지보다 훨씬 더 나을껄.
아버진 그렇게 믿고 있는데.

그러나 아버지가 권유하는 것은 그냥 참고만 해.
네 인생은 네가 만들어 가야지.
세상은 만만찮아.
그러나 네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지지.
그러니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거 찾아서 열심히 해봐.
아버진 비록 돈은 없지만 뒤에서 열심히 응원해줄 수 있는 지원군이 되어줄테니.

울 아들 힘내고.
아버지가 억수로 사랑하는 거 알지?
너 형 휴가 오거던 같이 당구 치로 가자구나.
당구는 칠 줄 아나?
모르면 그날 가서 형한테 배워.
당구도 인생에서 필요한 과목이야.
배워두면 좋지.

오늘부터 밥 더 많이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

울 가족 모두 너의 팬이니 우리 집 웃음 메이커가 되어줘야 한다.

아버진 그리 믿고 이만 줄인다.

 

울 막둥이 홧팅 (하트 하트 하트)

2015.12.13 오후 03: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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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에 글과 함께 "당신에게 또 다른 손이 있음을 기억하라"라는 내용의 카피 글도

같이 보냈었다.

 

내용은 내가 혼자 힘이 들 땐 다른 사람의 손, 즉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쉽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늦게 아버지의 글을 보고 답을 하였다.

그것도 달랑 이모티콘 하나다.

 

눈을 껌뻑이면서 엄지 손가락 꼽으면서 1등 표시하는 이모티콘 달랑 하나다.

그제서야 맘이 안심이 되었다.

평소에도 달랑 말 한마디고 하던 버릇이 있는데 이제 평상으로 돌아왔다는 증거였다.

 

뒤돌아보면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경험한 것 같다. 
수능시험 치기 전 보다 끝난 후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한마디의 잔소리도 하지 못하고 아들 기죽을까봐 평상시 보다 더 많은 정성을 쏟았던 것 같다.

아직 대학 결과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에 관계 없이 소중한 우리 아들이 사회의 한 주축이 되도록 뒷바라지를

해야 할 듯 하다.

 

그리고 결과에 관계 없이 기죽지 않는 막둥이로 키우고 싶다.

 

2015.11.15 일요일 아침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