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들

아버지의 잘못

청화산 2016. 2. 10. 21:30

작년에도 있었던 일을 반복한 듯 싶다.

설날만 되면 자식들한테 군기 잡는 것이 버릇처럼 된 까닭인가?

뒤돌아보면 나 역시 많은 잘못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순간적으로 이겨내지 못하고 또 다시 아버지로서의 부끄러움을 만들었다.

 

설 다음 날 직원이랑 거하게 한 잔을 마셨다.

기분 좋게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TV를 보면서 공주를 불렀던 것 같았다.

그러나 공주는 게임을 하느라고 불러도 오지를 않았던 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아니! 이것들이 설날이 되면 기본적으로 세배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니는 뭐하는 거냐?"

이후 나는 큰 소리를 치며 공주를 많이 다그쳤다고 했다.

 

그리고 난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잔 것으로 기억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공주를 뭐라했던 기억이 간간히 떠올랐다.

이른 아침이 지나 9시 반쯤 되었을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누워 있는데 공주가 안방으로 들어와서 꿇어앉으며 울면서 말했다.

"아빠! 잘못 했어요. 다신 안 그럴께요."

"니가 뭘 잘못 했는데. 왜 잘못 했다고 하는데. 잘 났으면 니 맘대로 해.

작년에도 그랬는데 니들은 올해도 달라진게 없어.

너 맏이잖아. 그럼 니 동생들 이끌고 나가야 되고 기본적으로 세배 하는 것 예의 아니냐?

백날 배우면 뭘하냐고? 됐어. 나가봐."

용서는 못할 망정 난 또 다시 말을 세차게 쏘아붙였다.

공주는 계속 해서 울면서 알았다고 하길래할 수 없이 성질을 죽이고 내보냈다.

그리고 공주는 학교를 가기 위해서 점촌 역에서 기차를 타고 떠났다. 

 

마누라도 말을 붙이지 않는 침묵의 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나 마음은 편치 못했다.

괜히 설 쇠로 온 공주를 혼내서 보냈으니 맘이 편할리가 있겠는가?

다음날 출근을 해서도 맘이 불편했다.

이렇게 계속 끌고 가다가는 정말로 부녀지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카톡으로 공주에게 문자를 보냈다.

 

"울 공주 울리고 보냈더니  일이 잘 안잡히는구나.
아빠가 너무 했나 싶기도 하고

아빠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니 맘 풀어라.
자식 교육 잘못 시켜서  부모 욕 듣지않게 가르키려다보니 내가 너무 했던 것 같구나.

아버지가 한말 다 잊고 열심히 해라.
부모 자식간에 때로 다툼도 있지만 새기지는 말거라.

아빠는 울 공주 뒤에서 밀어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하거라.

이렇게 아빠 마음이 아푼데 아빠 반성하고 있다.
너무 모질게 혼냈던 것을

비록 아빠가 그랬더라도 울공주 사랑하는 마음은 추호도 변함 없다는 것
알아주었으면 한다.

아빠 사진 잘 합성했네..
구웃!
울 공주 화이팅!

이제야 아빠 맘이 좀 놓이는구나.
아푸지 말고 잘 챙겨먹고...
수고해"

 

카톡으로 문자를 보내놓고 나니 맘이 좀 놓였다.

그러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불과 얼마 되지 않아서 마누라 한테서 카톡으로 문자가 왔다.

 

"혹시 그저께 밤에 화내면서 한 말들 다 기억나시는지요?
지연이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아빠로서 너무 심하게 해서 난 충격이었답니다.
내가 아닌 딸이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더 못견디겠더라구...
아무리 술을 마니 마셔도 그렇게 말하는 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만 시켜주고 담엔 알아서 하란 소리를 몇번이나 했는지...
그런얘기도 화 안나고 술 안마셨을때 진지하게 한번 알아듣게 얘기해야지 자꾸 얘기하면

잔소리도 밖에 안들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기차 태워 보내고 눈물이 났습니다.
당신은 직원한테는 늘 침착하게 잘 얘기하고 다독이고 존경스런 사람이라는거 알고 있는데

만만한 식구들이라 그렇다고는 생각하지만 곤쥬는 상처 받았을거라 아마도...
수종이가 화나면 막말하는게 당신을 닮아가고 있는것같아 ㅠㅠ 넘 속상해서 몇자 적어봤습니다.

 

우리가 우리 새끼들을 귀히 여겨야 지 자신도 사랑하고 남들도 사랑 할줄 안다고 생각이 듭니다."

 

마누라의 톡을 받고 보니 뜨끔했다.

안 그래도 반성하고 있던 차에 마누라가 다시 꼬집어 주니 정신이 팍 들었다.

'그래 내가 너무 한 것이 맞아. 자식도 인격체인데 아버지로서 너무 다그쳤어.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아버지 노릇 하기 참 힘들다.

자식을 위해서 완벽히 해주지도 못하면서 자식 못난 점만 파고 드는 아버지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쩌랴.

눈에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을......

성격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굳게 명심하고 고쳐야 될 듯 싶다.

 

마누라의 톡을 받고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공주한테서 톡이 왔다.

"아빠 죄송해요..저는 제가 잘 한거도 없는데 그렇게 대들고 엄마한테도 뭐라하고..제가 맏이면서 그런거도 하나 제대로 이끌지 못한거 진짜 후회스럽고 죄송해요..담부턴 그러지 않을게요ㅠㅠ죄송해요 아빠"

 

공주의 톡을 받고 그나마 아버지로서 위엄이 선 듯 싶었다.

그러나 공주가 느끼는 감정보다 아마도 내가 맘 고생이 더 심한 듯 싶었다.

자식 뭐라하고 부모 맘 편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뻔히 알면서 자식을 위해 뭐라해놓고 뒤돌아서서는 맘 졸이는 사람이 부모 아닌가 싶다.

세월은 저렇게 빨리 가는데

곧 우리의 자식들도 엄마 아빠가 될 터인데

아마도 그 때쯤 내가 했던 그 행동을 또 다시 반복할 지도 모른다.

그때야 부모 마음을 알 것이다.

내 자식이 소중하지만 아파도 할 말은 해줘야 한다는 것을 ......

 

 

댓글수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