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들
봄나들이(2003.04.09) (화), 맑음
청화산
2006. 10. 1. 09:34
봄 햇살이 너무나 따뜻하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에
사무실 안은 갑자기 크다란 감옥으로 느껴진다.
창살에 걸린 빛들이 안으로 들어오고 싶지만
차광막을 쳐 놓았으니......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이면
때로는 눈감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환경에 익숙하지 못하다.
앞서가지 못 하고
항상 누구를 따르기만 한 삶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오염되지 않은 세상
작지만 아름다운 나만의 영그렁을 찾아 간다.
발길을 옮겨 머문 자리
아버지의 내음이 난다.
어머니의 흔적도 보인다.
형아도 보이고 누나도 보인다.
어릴 적 온기를 주기위해 서 있던
낫질로 인한 상흔을 간직한 소나무도 보이고
작은 놀이 마당이었던
미뜽도 보인다.
탄생의 기쁨을 간직한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곳에
우리집은 없다.
말 할 수 없는 기쁨과 슬픔들......
가득하다.
내 삶의 분신인
사랑하는 자식들아!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터전인
그리고 아버지의 터전인 이곳에
새로운 씨 뿌림을 바란다.
세상은 봄빛으로 가득하다.
너희들의 몫은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흔적을
가슴속에 간직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움을 틔우는 것이다.
후에 아버지의 흔적이 희미해질 때
이 길을 걸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