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글 나의생각

엄마 없는 추석

청화산 2008. 9. 16. 16:22

계절은 가을을 색칠하고 있다.
들판은 연노란 색으로 색칠되어지고 있고 덩달아 내 마음도 가을 색으로 색칠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제법 선선한 아침 온도와 하얗게 세상을 가린 안개가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사이

가을은 나뭇잎에 하루하루 내려앉는다.

 

모든 것이 풍성해지는 계절.
하늘만 바라보아도 달과 별, 마음, 세상의 모든 것이 충만하고 넉넉해지는 계절.
그러나 내 마음은 충만함과 넉넉함에서 동떨어지고 비워진 느낌이다.
세상을 살면서 항상 나를 다독거리고 쓰다듬으면서 함께 했던 어머니가 지금 자리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 같은 어머니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도 자꾸만 더 많은 양의 끈적끈적한 눈물로 채워지고 있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 어머니는 내 곁에 계셨다.
명절을 쉬고 같이 웃으며 계셨던 분이다.
그러나 올해는 같이 할 수 없었다. 같이 했다면 “顯妣 孺人 全州李氏 神位”로 같이 했을 뿐이다.

 

제사를 하는 동안 울먹이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울고 싶어도 울지 않음이 더욱 힘들 듯 쏟아지는 슬픔을 감내하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명절을 눈물로 보내는 것은 좋지 않기에 참는 다는 것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빈 상실감 너무나 컸다. 무엇을 잊어버린 것 같은 느낌
추석을 마치고 난 뒤에도 하루 종일 허전했다. 힘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안타까움은 첩첩이 쌓여 갔다.
‘요것만 좀 더 잘해드렸더라면?’하는 아쉬움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그럴수록 후회는 시꺼먼 먹물처럼 번져갔다.

이제 남은 시간,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내 자신을 추스르는 것 보다 어머니께 못다 한 것에 대해 두고두고 반성의 시간이 될 것 같다.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용서를 빌어야 하겠지.
못 다했던 불효를 하나하나씩 다시 끄집어내어 아픔으로 삭여야겠지.

 

이제 나는 혼자다. 완전히 혼자다.
어머니께 여쭤보고 결정하던 일도 이제는 혼자서 해야 한다.
홀로서기가 이미 시작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잘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면서 가야 하는 인생이다.
혹 내가 잘 못하면 내 자식들에 해가 미치듯이 이제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때를 기다려야지.

하루를 힘들게 살기보다는 편안히 함께 할 수 있는 어머니가 계신 저승이 좋지 않을까?
이승에서 못다 한 효도를 저승에 가서 해야 내 맘이 편해지리니.
그러기 위해 나는 빨리 늙고 싶다. 그래야 가까워지는 만큼
그러면서 “나”를 찾아본다.

 

“나는 누구인가?”
불가에선 이것을 알기 위해 고통을 겪으며 수행을 한다고 한다.
나라는 존재는 나의 것이 아니라 보이는 육체에 잠시 몸을 빌렸을 뿐이라고 하는데.......
‘나는 누구인가? 어머니의 아들인가?’
결국은 나는 그 범위를 뛰어넘지 못한다.
나는 영원히 어머니의 아들이고 싶다.
그래서 같이 만날 날을 기다리며 불빛 속 하루살이 같은 삶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

 

추석! 즐거움으로 채워져야 할 추석인데
엄마 없는 추석은 추석 같지 않았다. 채워져 있는 빈 허전함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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