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가을걷이가 한창이 들판을 찾았다.
농부에겐 벼를 수확하는 추수이지만 나에겐 메뚜기잡이 추수이다.
가을도 점점 깊어져 메뚜기잡이도 이게 마지막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메뚜기 색깔이 지난주와 달리 붉은 갈색을 띠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메뚜기는 산란을 하고 나면 붉은 색으로 변한다.
숫놈 메뚜기는 여전히 푸른 색을 띠고 있지만 잡히는 암놈 모두는 붉은 색이다.
암놈의 몸에서 알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산란을 했다는 증거이다.
두 시간 정도 잡으니 점심 시간이 깊어 배가 고팠다.
점심 먹으려고 메뚜기 잡이를 그만 두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빨리 점심 먹으로 오라는 막둥이의 전화였다.
차를 돌려 처가집 밭으로 가니 채나물에 된장을 넣은 비빔밥을 먹고 계셨다.
배도 출출하던 차 비빔밥과 갈증도 있던 차 장모님이 권하는 막걸리 한 잔은 꿀맛이다.
된장과 함께 비빔밥을 먹는데 못 보던 버섯이 있어 장모님께 물었다.
장모님은 그 버섯이 뽕나무 버섯이라고 했다.
기온이 떨어지고 난 뒤에 비가 오면 뽕나무 버섯이 올라온다.
그 영향이었을까?
점심을 먹고 난 뒤 가을 풍경이나 감상할까 싶어 주위를 살피는데 산 머리에 썩은 고목이
보였다.
그런데 썩은 고목 가지 옆에 운지버섯 같이 생긴 것이 보인다.
'저렇게 큰 운지버섯이 있을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저렇게 크니 아무래도 목이버섯 아닐까?'
"어어! 저것 목이버섯 같은데..... 한 번 가보고 올께요."
비오고 난 뒤에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혹시나 버섯이 날까 하는 마음에 다가갔다.
버섯들은 생육 환경이 다르다.
특히 기온이 뚝 떨어진 차거운 환경에서 나는 버섯이 있다.
정확한 학명은 모르지만 어릴적 내가 아는 것은 뽕나무 썩은 데서 나는 버섯은 당연히
뽕나무 버섯이였고 감나무 썩은 데서 나는 버섯은 감나무 버섯이라 불렀다.
덤불이 우거진 곳을 지나 썩은 고목나무 가까이 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횡재냐?
큰 고목나무 전체가 어제 내린 비로 목이버섯이 가득 했다.
밑둥이를 쳐다보니 감나무 버섯처럼 생긴 버섯도 같이 올라와 있었다.
썩은 나무의 종류를 보니 감나무는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고욤나무 같았다.
고욤나무에서 나는 버섯 역시 식용으로 먹는 버섯이다.
황갈색의 버섯으로 무를 썰어 볶다가 버섯을 넣고 국을 끓이면 맛이 제법이다.
더구나 매끌매끌한 버섯 촉감 역시 일품이고.
오늘은 횡재수가 있는 날인 것 같았다.
생각도 못했던 목이버섯에다 고욤나무 버섯을 같이 딸 수 있게 되었으니......
그러나 목이버섯을 따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목이버섯을 따려고 해도 워낙 높은 곳에 있다보니 올라가서 따려고 하니 쉽지가 않았다.
할 수 없이 썩은 고목 옆에 발 디딜 곳을 톱으로 썰어 만들어 올랐지만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억지로 중간쯤 올랐는데 땀이 비오듯이 쏟아진다.
그래도 귀한 목이버섯이기에 가지 하나를 자르기로 맘 먹었다.
더 힘든 것은 톱이 워낙 상태가 나빠서 도저히 나무를 자르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러나 어쩌랴?
나무 밑에서는 막둥이가 나무 자르는 것을 보고 있는데 자식 앞에서 쉽게 포기도 할 수가
없었다.
땀은 비오듯이 쏟아지는데.......포기할 수도 없어 억지로 힘들게 한 가지를 잘랐다.
아들만 아니었다면 벌써 포기 했을 것인데 그래도 아들 때문에 목이버섯을 충분히
따게 생겼다.
뚜뚜둑 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제야 오늘 먹을 양의 목이버섯을 채취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무에서 내려오는 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무에서 내려와서 부러지 나무 가지 위에 난 목이 버섯을 땄다.
생육환경이 얼마나 좋았던지 큰 것은 직경이 15cm 넘는 것도 제법 있었다.
오늘 딴 양은 처가집, 처남댁, 우리집, 세집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아직도 썩은 가지 두 개가 남아 있다.
그러나 톱이 워낙 들지 않았고 또 높이가 있어 사다리가 있어야 하기에 아쉽지만 두 가지는
남겨 두었다.
따가지고 온 목이버섯을 장인 어른께 보여주니 첨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두 가지를 잘라야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말씀드렸다.
"비오면 또 목이버섯이 날지 모르니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중간쯤 자르세요."
목이버섯은 중국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버섯이기도 하지만 물에 삶아서 초장 찍어 먹으도
맛이 좋다.
막걸리 좋아하는 나에게 더 없이 좋은 안주이다.
오늘 목이버섯 수확은 나에겐 상당한 의미가 있다.
산에는 버섯 흔적도 보기 힘든데 이렇게 들에서 목이버섯을 땄고
더구나 이제껏 목이버섯을 따 봤지만 이렇게 많은 양의 목이버섯을 딴 것도 처음이기에.
아직 썩은 나무 두 가지에 남은 목이버섯 양도 오늘 딴 양보다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런지 생각 중이다.
장비가 부실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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