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었다.
강원도 쪽은 폭설이 내려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데 다행히 여기는 기온이 높은 탓에 비가 내렸었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새벽녁엔 기온이 떨어지자 약간의 눈이 쌓여던 것 같았다.
아침의 날씨는 너무 포근했다.
쌓인 눈들도 채 열시가 되기 전에 녹아버렸다.
사무실 볼 일을 보고 난 후 오십견 떄문인지 아픈 어깨 침을 맞고 집으로 들어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자니
시간이 좀 처럼 가지를 않았다.
"날씨가 좋아서 버섯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러자 마누라는
"왜? 버섯 따로 갈려고? 집에서 좀 조용히 쉬세요."
"어제 비도 왔는데 안 가보면 궁금해서 못 있겠는데. 처가집 공평 밭에 가봐야 겠다."
결국 나의 뜻대로 집을 나섰다.
어제 온 비로 인하여 황토 흙은 신발에 쩍쩍 들러붙었다.
내가 늘상 가던 자리에 가니 목이버섯이 보였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별미처럼 목이버섯 맛을 볼 수 있는 양이기에 오늘 오기를 잘 했다고 생각하면서
작은 것까지 모두 땄다.
목이버섯 질을 보니 별로 싱싱하지 않았다.
아마도 오래전에 올라왔던 목이버섯이라 껍질이 얇아지고 너들한 것이 제법 많았다.
혹 어제 온 비에 작은 것들이 올라온 것도 보였다.
그러다 썩은 나무가지 누워있는 곳을 살펴보니 색깔 바랜 버섯이 보였다.
직감적으로 대물이다 생각하며 뽕나무 버섯이 아닐까하여 따보니 대물 자연산 느타리 버섯이다.
생각도 하지 않았던 횡재에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썩은 나무가 있는 곳을 더 살펴보아야 할 것 같아서 야산 등성이를 따라 썩은 나무를 살펴보았다.
느타리 버섯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군데군데 썩은 나무에서 목이버섯은 제법 있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조금씩 따 모으고 보니 작은 비닐 봉비에 하나 가득이다.
이제 더 이상 버섯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언덕길을 내려오다 결국은 미끄러지고 말았다.
미끄러져 체육복 바지가 황토 흙으로 배리는 바람에 마누라한테 빨랫거리 마련했다고 퉁을 먹을 것 같다.
그러나 소출이 있은지라 괘념치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마누라를 보고 씨익 웃으며
"그 봐라. 가길 잘 했지. 이 정도면 대단하지. 함 봐라 느타리도 있으니."
따온 버섯을 물에 담그두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느타리 버섯은 불어서 엄청 더 커져있었다.
목이 버섯 역시 불어서 양이 제법 되었다.
역시 집에 있는 것은 별로다.
나가면 작은 것이라도 가지고 들어온다.
그러면서 시간도 죽이고 잠시 몰아지경에 빠질 수 있는 그 시간이 내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밤 늦은 시간 폭설 주의보가 내렸다고 비상근무 하라는 메세지가 날아들었다.
아마도 이 눈 내리고 나면 더 많은 버섯이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때도 입이 쩍 벌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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