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글 나의생각

일신우일신

청화산 2011. 1. 2. 08:27

 

 

일신우일신(2011. 1. 1)


2011년의 해가 밝았다.

잠에서 깨어나 본 새해의 해는 눈부신 햇살이었다.

활짝 부서진 햇빛은 차가운 바깥 공간을 뚫고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구름 속에서 붉게 떠오르는 새해의 해를 기대했지만 게으른 습성 때문에 보지 못했다.

해를 봐야 모든 것이 풀린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새해 첫날부터 부지런히 살아야 한 해 역시 그렇게 되는 것인데

첫날부터의 게으름은 현재의 나 자신의 본 모습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무거워지는 나를 본다.

몸은 무겁지만 의식은 점점 더 단순해지고 가벼워진다.

혈기 왕성했던 사회 참여의식도 이제는 퇴색되어 달관적인 삶에 탐닉하고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굳이 나쁜 것을 긁을 필요 있나. 그냥 세상 물결에 묻어가면 되지.’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자리 잡은 달관적인 생각들이 내 의식들을 묶어버린다.


올해가 토끼띠 기묘년이다.

아마도 어수선한 관심사가 제자리 잡는 해가 될 것인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혼란스러운 현실에 비켜있어 초점을 두고 있진 않지만 다시 연말이면

돌아와야 하기에 가끔씩 흐름을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올해 기묘년에 바람이 있다면 큰 것도 아니다.

日新又日新

날로 새롭고 또, 날로 새로워진다는 의미이다.

어느 한 분야만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까닭으로 사불산의 정기를 좀 받고 왔다.

눈 내려 서기 내린 대승사에서 새해 첫발을 내디뎠다.

미끄러운 길이 염려되어 차를 두고 올라갔지만 상쾌한 기분은 최고였다.

터벅터벅 걷는 길

차를 두고 괜히 걸어올라 왔다는 아쉬움을 멀리하고 불당을 찾았다.

아직도 하얗게 쌓인 눈 위에 신년의 첫 발자국을 남기며 불당으로 들어갔다.

두 손 모아 공손히 기도하였다.

얽히고 얽힌 세상사, 모든 번뇌가 모두 술술 잘 풀리기를 빌었다.

일상에서 누리는 현재의 행복은 충만하기에 더 이상의 행복은 바라지 않았다.

현재의 기쁨만으로 행복한데 더 이상 바라는 것은 욕심이기에........

비워가는 삶의 가치를 실천하고 싶다.


그런 까닭으로 비우는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이루어진 나의 이방인 생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마무리 잘하고 돌아오는 것인다.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서기 받은 기운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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