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2011. 04. 10)
어릴 적 우리 집에 누렁이 한 마리가 있었다.
토종 누렁이이며 빛깔도 참 보기 좋은 영리한 개였다.
오래된 기억을 꺼내니 누렁이 이름은 잘 기억 나지 않는다.
단지 기억에 있다면 성질이 온순하여 아무나 잘 따랐고 내 동생은 특히 누렁이를 아주
좋아했었다.
어린 동생과 장난도 많이 치고 동생이 흘리는 코는 다 핥아먹곤 했었다.
그러나 가끔씩 놀라운 짓도 자주 했었다.
어머니가 마실 나갔을 때 신발을 벗어 놓으면 신발을 물고 우리 집으로 다시 물어오곤
해서 어머니를 곤란하게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약과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 밭에 가서 김을 매곤 하였다.
아침 일찍 아무도 없을 조용한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렁이가 밭골에서
어머니한테 달려들은 것이다.
이로 인해 어머니는 기겁을 했고 놀라 넘어졌다고 했다.
반갑다고 한 짓이 어머니에게 골치 덩어리가 된 것이다.
결국 어머니는 누렁이를 비티 과수원집에다 팔아버리고 말았다.
누렁이를 팔아버리고 난 뒤 동생은 많이도 울었다.
동생의 그런 눈물을 보면서도 어머니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었다.
이제 모든 것은 지난 것이 되었다.
내 기억 속에 있는 누렁이도 벌써 저 세상으로 떠났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기억이 희미해질 쯤 다시 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를 본다.
상주시청으로 발령 받아 출퇴근 할 때 자주 마주친 개이다.
흰색의 삽살개처럼 생긴 작은 개였는데 햇볕을 쬐기 위해 상주시청 화단 잔디밭에
누워 있곤 하였다.
작년 12월부터 2월까지 참으로 추운 날씨였기에 저 개가 얼어 죽지 않을까 걱정하였는데
저 추운 겨울을 잘도 났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화단 옆을 지나는데 까만 강아지 두 마리가 봄볕을
쬐기 위해 있는 것이다.
너무 귀여워 다가가니 경계심을 가지면서 재빠르게 향나무 가지 사이 굴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색깔은 두 마리가 똑 같은데 한 마리는 덩치가 좀 큰 듯한데 한 마리는 좀 약해 보였다.
너무도 신기해서 굴속을 들여다보니 나올 생각을 않는다.
그 일이 있은 후 화단을 지날 때 마다 쳐다보곤 했었다.
저 작은 새끼가 주인집에서 도망쳐 나와 저기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럼 어미 개는 누구일까?
저기에서 새끼를 낳고 기른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그 추운 겨울을 났을지 궁금했다.
지난 겨울은 정말로 많이 추웠었다.
삼한 사온은 없고 계속 추운 날씨여서 강에 얼음이 꽁꽁 얼 정도로 매우 추운 날씨였다.
그럼 저 추위 속에서 새끼를 기른 것으로 보이는데.......
혹시 그 하얀 개가 이 새끼의 어미가 아닐까?
그러나 어미 개라 할 수 있는 흰색의 개는 덩치도 작았고 새끼와 모양새도 달랐기에
아닐 거라 짐작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옆 직원에게 이야기를 하니 모르고 있었다.
며칠이 흘렀을까?
이제는 많은 직원들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화단을 지나다보면 개 사료도 있고, 우유도 놓아져 있고, 때로 엄마 밥을 챙기는 것
같은 음식물도 있었다.
이제 출퇴근 하면서 화단 옆에 기웃거리는 것이 생활이 되어버렸다.
강아지가 예쁜 탓도 있겠지만 어미 개가 누구인지도 알아야 했기에....
아 그런데 두 마리였던 새끼가 한 마리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나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화단 나무 굴을 뒤질 수도 없었다.
아침 출근 하는 날 주차하다 보면 흰 개는 봄볕을 쬐며 잔디밭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었다.
새끼 개는 저 쪽 화단에 살고 있는데 따로 떨어져 놀고 있으니 당연히 어미 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 지방지에 신문기사가 났다.
상주시청 화단에 강아지 두 마리가 사는데 이것을 길조라고 하면서 이름을 상주시청 청사 이름을 딴 남성(남성청사)이와 무양(무양청사)이라고 불렀다.
누군가 제보를 하여 기사화 했지만 한 마리는 지금 현재 보이지 않는다.
매일 화단을 둘러보지만 한 마리뿐이다.
맨 처음 강아지 두 마리를 봤을 때 한 마리가 좀 약해보였다.
짐작컨대 한 마리는 죽은 것이 틀림없다.
누군가 새끼를 잡아가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경계심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이 근처에 가며 재빨리 나무 굴속으로 들어가기에.....
나도 사진을 찍기 위해 살살 다가가지만 좀처럼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런 것으로 봐서 분명 한 마리는 죽은 것이 틀림없다.
저녁 무렵 퇴근 시간이 되어 화단 쪽으로 다가갔다.
새끼가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가서 굴속을 들여다보는데 경계심에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니 어미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어미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바로 그 개가 어미 개였던 것이다.
그제야 궁금함이 풀려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아직 걱정 하나가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걱정이 된다.
어미 개가 지난 겨울을 잘 난 것 봐서는 아주 잘 적응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새끼는 완전히 다 자라지 않았기에 걱정이 된다.
비 오는 날이면 비를 다 맞아야 하기에.
찬 비 맞고 병나서 마지막 남은 새끼마저 잃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몸 건강히 자라 상주시청의 명물이 되기를 빌어본다.
상주시청 직원들의 착한 마음 마냥 착한 시청 지킴이가 될 수 있로록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