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기

구수한 국물 맛이 일품인 칼국수 집

청화산 2011. 5. 17. 22:48

어릴적 어머니가 국수를 손수 밀어 만들어 주시던 그 때가 생각난다.

이제는 그 맛을 느끼고 싶어도 느낄 수 없다.

세월은 어머니에 대한 모든 것을 앗아가버렸다.

이제 남은 기억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더듬거리며 흐려질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면 가슴이 아리다.

어머니께서 손수 국수판 위에 홍두께로 국수를 밀었다.

그렇게 만든 국수를 칼로 쓸다가 마지막 남은 국수 꼬랭이를 나에게 주었었다.

그럼 나는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 국수 꼬랭이를 아궁이 불에 구워 먹었었다.

어머니께서 손수 끓여주신 국수는 나물을 듬성듬성 썰어넣어 끓인 국수이다.

어릴적엔 그 나물이 싫었었는데 지금엔 그 나물 맛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입맛은 회귀하는 본능이 있는가 보다.

 

 

그러던 어느날 직원 소개로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시는 국수 집을 가게 되었다.

건물이 허름하다.

집에서 부터 옛날 맛이 우러나는 것 같다.

외관은 슬라브 집 같았는데 집 안에 들어서니 옛날 흙집처럼 느껴진다.

많은 손님들이 오건만 할머니는 혼자서 부침개를 꾸면서 국수를 끓여 내놓으신다.

정말로 빠르다. 그 손놀림이 너무 빨라서 놀랍기만 하다.

부침개 맛이 좋다하여 하나를 시켰더니 부추에 매운 고추를 썰어 넣어 맛이 일품이다.

 

 

부침개 하나를 먹고 나니 국수가 나왔다.

나물을 듬성듬성 썰어 넣은 국수이다.

먹어보니 맛이 다르다.

보통 국수집은 고기다진 것, 김 뿌신 것 등을 넣어주는데 여기는 나물만 넣었을 뿐이다.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그런 맛이 난다.

아마 젊은이들 입맛에는 맞지 않을지 모른다.

조미료 입맛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러나 나에게는 정말 입맛에 맞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맛이다.

 

간장 맛도 현대식 간장 맛이 아니다.

옛날 장물이라고 하는 그런 간장 맛이다.

손수 담은 간장(조선간장)에 양념을 넣어 만든 것인데 간장 맛도 일품이다.

오랜만에 국수다운 국수를 먹었다.

상주에 와서 먹어본 국수 맛 중에 최고의 맛이다.

잃어버린 국수 맛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댓길이다.

내가 찾아간 그날은 왠 손님이 그리 많은지 국수를 먹지도 못할뻔 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을 듯하다.

지금 오는 손님 수로 봐서는........

혹 국수를 못 먹고 뒤돌아서는 일이 있어도 앞으로 자주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