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기

참나물을 뜯자. 비오는 날 산으로 가다

청화산 2011. 5. 21. 10:30

집을 나서는데 하늘은 흐려있다.

비를 곧 뿌릴 것 같은 기세다.

농암으로 향해 가고 있는데 점촌시내를 빠져나가자마자 빗발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산행을 그만 둘까'

그러나 오늘 비오는 날도 나에겐 황금 같은 시간이다.

휴일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나물 채취는 끝이다.

비가 와도 간다. 어디 시간이 그렇게 많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비 오면 비옷 입고 산행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농암과 상주 두곡을 경계짓는 뭉어리재를 오르니 아카시아 꽃이 만발이다.

날씨가 비오는 관계로 저기압으로 흐르니 차 안으로 아카시아 향이 가득 들어온다.

오랜만에 콧구멍으로 아름다운 꽃 향기가 들어가니 가슴이 벌렁거린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그 밑에 앉아 아카시아 꽃 따먹으면서 머물고 싶다.

그러나 오늘 참나물을 채취하러 가는 길....... 여기서 머물 한가함을 뒤로 한다.

 

비가 내리는 산은 안개로 가득하다.

입산을 하지마라는 듯 안개 장막으로 드리워져 있다.

이왕 큰 맘 먹고 나온 산행, 비가 내려도 산을 오르기로 한 마당에 안개는 문제 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이 정도 같으면 밀짚모자로 충분히 감당할 듯 싶다.

그래도 혹시나 모를 폭우를 대비해서 비옷을 배낭에 넣고 산에 올랐다.

산 길을 따라 걸으니 나무잎에 매달린 빗물이 쏟아진다.

이내 등산화는 빗물에 젖어버리고 옷도 빠르게 빗물을 받아들인다.

 

작년에 참나물을 뜯기 위해 이곳 비티에 왔었다.

그러나 누군가 모두 뜯어가는 바람에 허탕쳤었는데 오늘도 그러하지 않을지.........

여기 참나물 나는 장소를 알게 된 것은 어머니와 함께 산나물을 뜯으로 와서 알게 된 장소이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난 뒤 이 장소는 내가 매년 가는 장소이다.

대물림 하는 나를 보면서 내 자식들도 이 곳에서 나물 뜯어 먹기를 기대해본다.

아들 두 녀석을 몇 번 데리고 왔기에 장소를 알고 있다만 그래도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웰빙 음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농약 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빗물과 햇빛을 받아 먹으며 자란 저 산나물들이 웰빙 음식 아닌가?

나물 나는 장소에 이르니 참나물이 보인다.

내린 비로 송화가루를 씻어낸 참나물은 비에 젖어 더욱 푸르게 보인다.

그런데 참나물이 너무 크다.

좀 늦은 감이 있다.

참나물이 너무 크게 자라면 그 만큼 향이 떨어진다.

하나씩 하나씩 뜯어면서 올라가는데 제법 참나물이 많다.

'어라! 올해는 아무도 여기 오지 않았나 보네.'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내가 아는 지인들에게 참나물 인심을 써도 괜찮을 듯 싶다.

비가 오는데도 엄청 많이 뜯었다.

 

 

뜯어온 참나물을 다듬었다.

참나물을 다듬어면서 처갓집, 처남, 누님 줄 몫과 친구줄 몫을 따로 챙겼다.

그러고 났는데도 양이 엄청된다.

마누라는 참나물 전을 해먹으면 어떨가 한다.

글쎼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

남은 참나물은 수시로 쌈으로 먹고 여분이 된다면 직장 동료와 함께 먹고 싶다.

올 5월은 너무 빨리 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다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낼도 산으로 갈 것이다.

이 번에는 운이 좋으면 곰취? .....없으면 단풍취와 참나물, 취나물이나 뜯어 올까 싶다.

"마누라는 산에 그렇게 다니면서 산삼도 하나 못 캐오나?"

그러고 보니 산삼 운은 나에게 없는 것인가?

언제가는 그 꿈을 이루는 날이 있겠지 하며 희망을 품어본다.

오늘 밤 꿈에 산신령 나타나는 길몽을 꾸면 아마 내일 산행에서 좋은 일 있지 않을까 싶어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