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기

아버지와 아들(2)

청화산 2012. 5. 20. 21:40

어제의 이어짐이다.

어제 농암 밭에 가서 땀을 흘리고 집에 돌아와서 혹시나 막둥이의 달라진 점을 보려했다.

어제 힘든 것을 알고 있기에 달라지면 사실은 산에 가는 것을 그만두려했다.

 

그러나 막둥이는 잠시 내가 오수를 즐기는 시간에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저녁 늦게 들어온 막둥이를 보면서 다시 말했다.

"내일 산에 다시 가자. 나물 뜯으로. 아침 여덟시 반에 갈 것이니 그리 알고 준비해라."

"예~에"

 

아침이다.

일어나니 아침이 어설프다.

김치 볶음밥을 도시락 삼아 잠이 들깬 막둥이를 차에 태우고 산북 석봉을 지나 문경 당포를

연결하는 임도를 따라 산 꼭대기에 올랐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어서 차 대기가 힘들었다.

도시락을 다시 배낭에 넣고 등산 장비를 정리해서 운달산 쪽으로 향했다.

"여기서 한시간 넘게 가야 목적지가 나온다. 힘들면 이야기 해라."

내가 앞에 서서 산을 오르면서 생강나무, 취나물, 싸릿대를 보여주며 먹는 것이라고 했다.

얼마를 갔을까?

채 20분도 못가서 막둥이가 배가 아프단다.

'이거 혹시 맹장 아닌가? 괜히 올라갔다가 낭패 보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갑자기 급하게 올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기에 일단은 쉬었다.

막둥이가 쉬는 시간에 가는 시간이 아까워 산등줄기 비탈면을 살피면서 취나물을 뜯었다.

다시 돌아와서 좀 어떠냐고 물으니 좀 나아졌다고 했다.

'혹시 꾀병? 우리 막둥이 거짓말은 안하는데 설마 그럴리가?'

다시 또 목적지를 향해 갔다.

산꼭대기 정상 즈음에 이르러 다시 휴식을 취했다.

비탈면을 살피면서 내려가니 더덕이 보인다.

취나물과 단풍취를 뜯어서 한참동안의 시간을 소비하고 돌아오니 막둥이는 언제 다

나았는지 혼자 잘도 놀고 있다.

어떠냐고 물었더니 괜찬다고 했다.

다행히 안심이 되었다.

 

등산로를 따라 가다보니 이미 소비한 시간이 많았고 아침 일찍 먹은 탓인지 배가 고팠다.

11시 40분정도 되었기에 둘이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올라오면서 뜯은 향기나는 산나물 잎을 볶음밭과 같이 싸 먹으니 향이 너무 좋다.

아들에게 권하니 향이 너무 난다고 싫단다.

그러면서 물었다.

"공부하는 것보다 산에 오는 게 좋지? 공부하면 머리도 아프고 그럴건데....산에 오면 다리품만

팔면 먹을 것이 생기니..."

"산에 오는 것은 좋은데요. 힘들어요. 공부하는 게 더 쉬워요."

 

아직 채 점심을 다 먹지 못했는데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이 산 정상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아니 아들까지 델고 왔네. 허허!"

"자연 공부 시키야지. 놀만 뭐해여."

나물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답이 신통찮다.

들고 있는 것을 보니 그리 양이 많지 않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목적지에 왔기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에 목적지에 가보기로 했다.

 비비탈면을 조금 내려가니 단풍취가 보였다.

단풍취를 뜯어면서 내려가니 드문드문 참나물이 보였다.

처음 뜯어보는 막둥이는 헷갈리는지 가끔씩 물어보았다.

참나물이 아니라고 다시 가르켜 주었다.

 

곰취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직은 어린 잎이라 먹을 정도로 자라지 않았다.

아마도 6월 초순에 가야지 제법 큰 곰취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더덕도 가르쳐 주었다.

"자세히 봐라. 네 앞에 뭐가 있는지. 더덕이 있으니 캐봐라."

자연 공부 치고는 비싼 자연 공부를 하고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비탈을 헤매면서 자연 공부를 하고 있으니......

 

 

경사진 비탈면을 따라 참나물과 모싯대를 꺽으면서 다니다 보니 힘이 드는지 막둥이는

나무에 기대어 있다.

'이놈! 쉬운게 어디 있나. 너도 느끼는 점이 많이 있을 것이다.'

 

 

가져온 떡을 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면서도 주변에 나물이 있나 살폈다.

물 한통이 동이 다 나버릴 것 같다.

다행히 물 한병 더 가져온 것이 있어 걱정은 들었다.

 

이제는 참나물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내려가는 길

산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뭐 든지 만들기를 좋아하는 막둥이는 가져온 휴대용 톱으로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아니! 뭐하려고 그걸 자르나?"

"뭐 만들어 볼까 싶어서요. 생각중이라요."

그래 맞다.

네가 좋아하는 것은 뭐든지 만들어 보렴.

이 세상이 필요한 물건을 모두가 좋아하고 감탄하는 그런 물건을 만들어보렴.

아버지는 너를 믿는다.

다만 현재 지금은 네가 공부할 방법을 몰라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세월이 흘러 깨우쳤을 땐 네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이미 둥지를 떠난 새가 되어 홀로서기를 해야할 지 모르지만 그 때는 네가 하는 공부는

저절로 머리 속에 저장이 되리라.

왜냐하면 그것이 너의 생계가 될 수도 있고 아님 너의 성취욕 때문에도 그리 될 것이다.

 

산돼지를 쫓으라고 배낭에 달아준 워낭 소리가 걸음마다 소리를 낸다.

집으로 가는 길이 좋은지 막둥이의 발걸음이 너무 빠르다.

올라올 때 그리 힘들게 따라오더니만 내려갈 땐 내가 따라가기가 힘들다.

앞서가는 막둥이를 바라보며 바로 이게 뒷바라지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너는 아버지가 뒤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오늘 아버지와 함께한 산행을 절대 잊지 말거라.

아버지는 너를 깨우치게 하기 위하여 어려운 산행을 한 것이다.

부모가 되어 누가 자식을 일부러 고생시키려 하겠느냐?

나중에 세월이 흘러 막둥이는 오늘의 아버지 뜻을 이해할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그 때 우리 막둥이의 기억에 산행의 모습과 워낭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 기억 오래 남아 네 인생의 채찍질이 되었으면 한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난 뒤 피곤함을 들기 위해 한숨을 잤다.

자고 나니 마누라가 나물 정리를 거의 해 놓았다.

마지막 부분을 내가 뒤 처리하고 나니 마누라는 단풍취를 삶아서 널어놓았다.

세 소쿠리 된다.

내년 정월 보름에 요긴하게 잘 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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