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기

산나물을 찾아

청화산 2012. 5. 27. 23:55

이제는 산나물도 거의 마지막에 다다른 것 같다.

해발 900~1000m 가까이 되는 산 꼭대기도 녹음이 우거진 것을 보면.

오늘은 혼자다.

집에서 딩굴기 하는 것은 성격상 맞지 않기에 꾸역꾸역 산을 가기로 했다.

김치 볶음밥에 달랑 물병 하나 들고 집을 나서는 길

오늘 따라 왠지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나이 탓?

산나물이 없을 것 같은 탓?

그러나 놀면 뭐하는 가.

책이라도 봐야겠지만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봐서 뭐하는 고.

아직은 나에게 휴식이 필요한 걸.

이렇게 산에 가는 것이 그래도 나에겐  행복이고 휴식인 걸. 

하지만 지난 주 산나물 나던 곳에 다녀온 터라 오늘은 왠지 가도 별 볼일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힌다.

그래서 반대 쪽 산으로 가는 것으로 마음 먹고 7시 50분에 출발했다.

지난 주 갔던 석봉 쪽에 다시 가니 내가 너무 일찍 온 탓인지 차들이 없다.

천천히 산에 오르니 이게 뭔가?

간벌을 해놓아서 나물 뜯기가 장난이 아니다.

이런 산 속 다니다가는 체력 금방 동나기에 간벌이 없는 쪽 산 비탈을 따라 내려갔다.

내려가다 보니 참나물이 듬성듬성 보인다.

 

어 그런데 산 비탈 밑으로 내려 갈수록 참나물이 점점 더 많아진다.

좀 많이 자란 탓은 있지만 먹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도 혹시 억센 부분이 있을까봐 고운부분만 꺾었다.

 

 

 

많이 뜯을수록 나눔의 행복은 커지기에 보이는 참나물은 작은 것을 제외하고 뜯었다.

수풀이 우거진 부분은 참나물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자세히 봐야 보이지.

 

 

참나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외로 발육상태가 좋은 모싯대가 자주 눈에 띄인다.

특별한 산나물 맛은 없지만 비벼 먹어보면 맛이 괜찮다.

꺾으면 대공(줄기)에 하얀 액이 나오는데 아마도 몸에 좋은 약이 아닐까 싶다.

 

어 그런데 이게 뭐냐?

곰취가 있다고 생각도 안했는데 보인다.

슬면시 입이 벙걸어졌다.

 

요즘 곰취를 재배해서 파는 곳이 많이 생겼는데 자연산 곰취 맛과 재배산 곰취 맛은 어떨까?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대부분 산나물은 고산지대에서 기온차가 심한 곳에서 자라서 나물 향이 찐하다.

그런데 산에서 자란 천연 자연산 곰취는 향이 있지만 맛이 순하고 쓴 맛이 들 받친다.

재배용 곰취는 먹어보니 맛이 찐하고 쓴 맛이 돈다.

오늘 뜯은 곰취 양은 얼마되지 않는다.

곰취 생각하고 간 것도 아닌데 곰취를 뜯었으니 기분은 좋았다.

 

오늘 나름대로 소득이 좋다.

지난 번 막둥이 데리고 왔을 때도 이 만큼 산나물을 뜯지 못했는데 오늘은 양이 제법 된다.

참나물도 제법 양이 되기에 처갓집과 누님 좀 드리고 친구 줄 양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기름 값을 한 것 같다.

달랑달랑 하는 기름 게이지를 보면서 산을 갔는데 만약 중간에 기름이 떨어졌으면 어찌 될까

걱정은 하였지만 집에까지 무사히 왔다.

 

오늘 뜯은 곰취이다.

열 다섯장 정도 되는지 모르겠다.

나물이지만 버섯으로 치면 송이 버섯에 버금가는 레벨이라 보면 좋을 것이다.

오늘은 짧게 산을 탔지만 나름대로 성과가 있어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산행도 마지막이다.

더 이상 산행은 없을 것 같다.

매년 산에 가서 노닐었지만 이제는 작년에 도진 무릎을 감안해서 좀 쉴까 싶다.

핑계는 건강을 위해서다.  

 

산나물을 정리해서 누님 집에 드리고 친구 주고 오는데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나누면 행복이 쌓이는 가 보다.

세상 사는 것 힘든데 내 것만 보지 말고 남의 것도 보고 이해하면 좋은데.....

그것이 잘 안되는 것을 보면서 맘을 비우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근데 그게 어디 쉽게 되겠어?

스님들도 속세의 때를 벗지 못하고 저렇게 시끄러운데.......

참 수행이란 것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자신의 기준인가?

내일이 석가탄신일인데 그 물음을 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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