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기

능이를 찾아서

청화산 2012. 9. 23. 20:24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일이다.

지난 주에 비가 충분히 내렸기에 능이버섯이 많이 올라올 것 같았다.

물 한병에 빵 하나 달랑 들고 차를 몰아 가는 길

버섯이 많이 났을 것 같은 기대감에 속도를 내고 싶은데

앞서 가는 차량이 너무 느리게 간다.

7시 반이다.

아침 밤새 내린 이슬은 수풀을 흥건히 젖어놓았다.

지지난해에 능이를 10키로 정도 땄기에 오늘도 그런 꿈을 꾸며 목적지에 다다르니

이건 뭐냐? 흔적도 없다.

사람 발자국 봐서는 누가 따가지고 간 것은 아닌것 같은데 기미도 없다.

'올 능이가 아니고 늦 능이인가 싶다. 아직까지 흔적도 없는 걸 보면.....

아마도 여기 말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할 수 없이 옆에 있는 소나무 숲을 뒤졌다.

혹시나 송이라도 있을 것 같아서

뚫어지게 나무 사이 낙엽의 변화를 살피면서 올라가는데 개능이가 보인다.

능이는 참나무 숲에 나는 반면에 이 개능이는 솔밭에서 나온다.

맛을 별로이고 양념에 무쳐서 먹으면 되기에 따가지고 왔다.

송이가 있을 것 같은데 흔적도 없다.

기대감에 부풀어 왔는데 아마도 실망만 가득하다.

할 수 없이 다른 산 등성이를 향해 갔다.

이꽃버섯을 따면서 가는데 이게 뭐냐?

송이버섯이다.

입이 벌어진다.

"야아! 오늘 허탕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하나 건졌다."

 

낙엽을 살짝 들치니 두개가 같이 올라온다.

나무 꼬쟁이로 밑둥이를 찔러 살짝 들어올리고 버섯난 구멍을 메웠다.

그리고 주위를 살펴보니 몇 송이 더 있어 따니 기분이 좋다.

모두 7송이 되는 것 같다.

양으로 얼마 안되지만 아마도 기름 값은 한 것 같다.

 

다시 산을 하나 너머 능이 밭으로 가는데 갑자기 계곡이 떠들석하다.

"버섯 많이 따셨능겨?"

'어라! 대구 말씨를 쓰네.'

"버섯도 별로 없는데요. 어디서 오셨는데요?"

"................."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좀 찔리는게 있는가 보다.

객들을 보내고 조심스레 능이 밭으로 가는데 길 옆에 능이 두송이가 보였다.

지름 5센티 정도 되는 능이가 보여 땄다.

능이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아니 이건 또 뭐냐?

한 사람이 능이 밭을 뒤비고 있었다.

김이 팍 샜다.

나도 자세히 살피면서 밭을 뒤지는데 어떻게 작은 것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저 사람이 다 따 가지고 간 것 같았다.

'일찍 온다고 했는데....에이 좀 더 일찍 올걸'

후회가 밀려왔다.

 

계곡 쪽으로 쭈욱 올라가면서 살피니 밤버섯(벚꽃버섯)이 제법 보인다.

비닐 봉지로 한 가득 따가지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

우와! 저건 뭐냐? 참나무 버섯(뽕나무 버섯 붙이)이 가득하다.

옆에는 이상하게 생긴 작은 버섯과 함께 있다.

서로의 영역을 넘어서면서 함께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참나무 버섯 풍년이다.

가져온 쇼핑 가방이 가득찰 정도로 참나무 버섯을 많이 땄다.

잡버섯이나마 많이 따니 기분이 나쁘진 않다.

더구나 송이도 7송이를 땄으니.......

 

 거의 계곡을 빠져 나올 쯤 느타리 버섯이 보인다.

이제껏 산에 다녔지만 자연산 느타리 버섯 보기가 싶지 않았는데 오늘 보게 되었다.

그런데 버섯이 난 곳은 썩은 나무가 아니라 썩은 칡 덩쿨이었다.

칡 덩클에서도 버섯이 나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섯을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릴 듯 했다.

마누라한테 전화를 하니 처가집에서 재피를 따고 있다고 했다.

"나 사무실 나가야 되니 빨리 집에 와. 버섯 다듬어야 하니."

"아니! 버섯은 얼마나 땄길래 그래여. 내가 집에 가서 정리 할테니 걱정말고 다녀오시요."

마누라는 내가 얼마나 버섯을 많이 땄는지 모르니 저렇게 큰 소리 치지

와서 보면 아마도 일거리 장만했다고 투덜될 것이다.

그러나마나 난 기분이 좋다.

소득이 있어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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