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기

기대를 안고

청화산 2012. 9. 8. 21:00

2004년도에 함께 교육을 받았던 교육생 모임이 성주봉 자연휴양림에서 있었다.

사진반을 마치고 가니 9시 반이 좀 넘었는데 22명이 참석하였다.

오랜만에 보니 지난 세월이 새롭다.

이야기 꽃을 피우다 찜질방으로 자리를 옮겼고 자고나니 아침이다.

세상은 안개를 가득 품고 내린 비로 상쾌함이 더해진다.

어제 밤에도 많은 비가 내렸는가 보다.

계곡물은 아침 계곡의 조용함을 물리치며 소리내어 흐른다.

 

산너머가 내 고향 농암이다.

상주 은척과 문경 농암은 경계를 마주하고 있기에.

어제 내린 비로 산에는 버섯이 많이 올라왔을 거란 기대감이 가득하다.

집에서 올 때 산에 갈 생각으로 등산화, 옷을 준비해서 왔기에

모두가 헤어지고 난 뒤에 농암 내서리에 있는 산을 올랐다.

소나무 숲을 헤치며 올라가는데 이꽃버섯(꾀꼬리 버섯)이 조금 보인다.

송이 밭을 지났지만 송이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어허! 이게 뭐람? 오늘 잘못하다간 허탕이겠는 걸'

 

그래도 영지버섯이 군데군데 자주 뜨인다.

약으로 쓸까 싶어서 보이는 데로 땄다.

자연산인데도 엄청 크다.

풍족한 비가 영지버섯 생육환경에는 적당했는가 싶다.

산 중턱에 올라 경사진 사면을 살폈다.

몇 해전에 능이밭이었기에 조심스레 가보았다.

능이는 흔적도 없다.

아직은 능이가 올라올 때가 아닌 것인지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실망을 가득 안고 산 꼭대기쪽으로 올라가는데 버섯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보나마나 힘만 빼는 것 같아 힘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왕 나온 거 꼭대기까지 가보기로 하고 마음먹고 올랐다.

 

어 그런데 밤버섯(벚꽃버섯)이 보인다.

워낙 버섯이 없는지라 밤버섯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수년전엔 밤버섯이 너무 흔해서 조금만 따가지고 왔었는데.......

어떻게 해가 바뀔수록 양도 줄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는 탓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올라온 밤버섯 양도 많지 않다.

아마도 이런 환경이라면 담주쯤에 많이 올라올 것 같다. 비가 한 번 더 온다면 말이다.

감지덕지 올라온 버섯을 따면서 오르다보니 노랑 밤버섯(노랑끈적버섯) 보인다.

워낙 버섯이 귀한지라 이것도 따가지고 왔다.

버섯이 풍년인 해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예전에 그 흔한 쥐치가 요즘은 귀해서 가격도 많이 오른 것처럼 이 버섯 또한 그렇다.

산꼭대기 올라 풍광을 보는데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산 밑으로 보니 큰 별장 같은 건물이 보인다.

'어! 저게 뭐지?'

가만히 살펴보니 STX 문경 리조트 건물이었다.

 

이제는 내려가는 길

꼭대기에서 버섯을 살피면서 직선으로 한참 내려오는데 아무래도 길이 이상하다.

올라올 때 보지못한 서들이 보이기에 방향을 잘못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의 산의 형상을 보려고 하니 나무가 우거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좌측으로 방향을 꺾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계곡 물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어! 이건 아닌데......내가 올라간 길은 계곡이 없었는데...'

다시 반대방향으로 잡았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이 방향이 맞는지 종잡을 수 없다.

'그래! 할 수 없다. 이럴 때는 계곡 물길을 따라나가는 수 밖에.....

내 스스로 산을 좀 탄다고 했는데 이게 뭐람. 산에서 길을 잃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로구나.'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은 엄청 걸렸다.

산등성이 내려왔으면 금방 내려올 길을 빙빙 돌아서 내려왔다.

다 내려와서 보니 내가 차를 두고 간 거리에서 한참을 밑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내가 나오는 길을 짐작했는데 바로 그 부근으로 나왔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땀이 뒤범벅이다.

이마에 싸맨 땀수건을 짜니 물이 쭈르룩 흐른다.

그래도 다행히 아무 탈 없이 내려오니 기분은 풀렸다.

오늘 밤버섯 올라온 것을 보았으니 아마도 동로쪽은 더 많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고생했는데 하루 정도 쉬도 되겠거늘 마음은 어느새 결심한다.

'그래! 낼 아침은 동로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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