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기

여름 휴가

청화산 2012. 8. 12. 22:30

여름휴가(2012.08.12)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흐려 있다.

오늘 처가 고추를 딴다고 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서 갔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제법 많은 양의 비가 온다고 했는데....

그러나 비가 오나마나 고추 따는데는 지장이 없을 거라 생각되었다.

처가에 들어서니 장모님과 장인 어른 두 분이 오는 비를 휴식 삼아 소일거리를 하며

앉아 계신다.

녹두를 두 분이 까고 계셨다.

고추 따로 가자고 했더니 비가 와서 안 된다고 하신다.

그래서 오이가 떨어졌다고 해서 마누라와 함께 밭에 올랐다.

고추는 발갛게 익어 저렇게 있는데 오늘 고추 못 따는 것이 못내 아쉽다.

오이 밭에 들러 살펴보니 오이도 이제 끝물처럼 보인다.

비를 맞으면서 달려있는 오이를 모두 따서 내려오니 술상이 차려진다.

막걸리나 한잔 하고 가라신다.

그러나 술이 싫다.

전 전날 대구 친한 친구랑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아직도 영향이 있는 듯 해서 두 잔만 먹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간만에 긴 낮잠을 잤다.

비오는 소리가 자장가되어 그랬는지 몰라도 여느때와 달리 정말 깊은 잠을 잤다.

일어나니 두 시가 좀 넘어 있었다.

점심을 대충 먹고 나니 딱히 할 일도 없기에 냇가나 갈까 싶어 두 아들놈한테 이야기 하니

고기잡으로 가자고 한다.

준비를 해서 예전에 잡던 영강 수도사업소 맞은 편 보 밑으로 갔다.

 

 

오전에 내리던 비는 멈추고 흐려있기에 고기잡이에 더 없이 좋을 듯 하다.

그러나 이게 웬걸?

보 밑에서 보 위로 튀어오르려는 고기가 많아야 하는데 튀는 고기가 보이지 않는다.

보 밑을 족대로 훌치니 허탕이다.

'이런 제길! 오늘은 고기잡이는 허탕이겠구먼'

바위를 디비고 해서 몇 마리 더 잡았을 뿐이다.

할 수 없이 보 건너편으로 가니 역시 마찬가지다.

다행히 골뱅이가 보여서 고기잡이를 그만 두고 난 골뱅이를 잡았다.

아들 두 놈은 저끼리 고기를 잡는다고 물질을 하게 두고 나는 물 속에 잠겨 넉넉히 여름을 즐겼다.

그러나 물 속이 탁해서 유리거울로 봐도 골뱅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자세히 살피면서 두시간 넘게 잡았더니 제법 잡았다.

오늘은 고기는 허탕이고 골뱅이 잡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했다.

햇살이 저녁 서산을 기웃거릴 때쯤 골뱅이 잡는 것을 그만 두고 다시 족대를 잡았다.

보를 건널 때까지 가면서 족대질을 몇 번 더 해볼 참이다.

그래서 몇 번 족대질을 했더니 작은 피래미 몇 마리를 더 잡았다.

이제 고기 배를 따서 가져가려고 앉아서 있는데 큰 놈이 족대를 들고 다시 들어간다.

"어! 아빠 이거 봐요. 새우가 있어요."

"어디? 형아 그거 징거미라. 민물새우."

지난번 고기잡이 왔을 때 징거미를 본 막둥이는 금새 알아보고 저 형을 가르쳐준다.

 

다시 족대질을 했지만 워낙 새우가 작아서인지 잘 잡히지 않는다.

막둥이는 족대질을 하고 싶지만 형이 잡고 있기에 급했던지 삿갓모자를 가지고 들어간다.

삿갓모자를 가지고 들어가더니 이내 새우를 잡아가지고 왔다.

아직은 어린 새끼들인데 민물새우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민물새우를 삿갓모자에 넣어두었더니 아니 이놈들이 기어오르면 도망을 갔다.

할 수 없이 비닐봉지에 옮겨담아 민물새우를 잡았다.

 

족대질 하는데 걸리는 물 속에 돌을 치우고 

 

족대질을 해서 민물새우를 잡고

 

삿갓모자로 새우를 잡아오고

 

잡은 새우를 가지고 즐거워하고

 

 

족대보다는 삿갓모자가 더 좋아서 새우잡이 도구로 사용했다.

햇빛 가리는데만 사용할줄 알았는데 새우잡이 도구로 사용할 줄이야.

이럭저럭 잡다보니 새우 양도 제법이다.

더 이상 새우가 보이지 않기에 자리를 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뼈 있는 말을 한 마디 했다.

"이게 휴가다. 끝이다."

두 아들은 오늘의 이것이 싫지 않았나 싶다.

둘다 "예!" 하면서 답했다.

 

휴가를 가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

맏이 공주가 고삼이니 어딜 가기가 싶지 않다.

내년이면 둘 째놈도 고삼이 되니 당분간은 휴가 생각을 말아야 될 듯 싶다.

 그래도 오늘 물놀이를 휴가처럼 생각해주는 두 녀석이 고맙기만 하다. 

 

잡은 민물새우 양은 이만큼이다.

제법 잡았다.

민물새우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아마도 민물새우도 이렇게 잡히는 것을 보니 떼로 모여다닌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한 곳에서 잡히는 것을 본다면......

 

이렇게 잡은 민물새우에다 오늘 잡은 고기를 넣고 끓였고 저녁 반찬으로 때웠다.

오늘 멀리가지 못했지만, 마누라와 공주가 옆에 없었지만 삼부자는 여름 휴가를 멋지게 보낸

하루였다.

돈 한 푼 든거 없이 애들에게 추억의 한 장면을 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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