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절임(2012.08.04)
입이 허전하여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나 살펴보니 먹을 것이 보이지 않는다.
야채 보관함을 살펴보니 오이가 여러개 보인다.
처가에서 농사 지은 것을 가지고 온 것인데 냉장고에 오래 보관한 탓인지
조짐이 심상찮다.
마누라 바쁘다는 핑계로 오이 반찬(오이냉채, 오이무침)이 통 올라오지 않더니만
냉장고에 저렇게 보관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아마도 옆에 있었다면 한 소리 했을 것이다.
"이 사람이! 살림을 어째하는 거라?"
할 수없이 오이를 모두 꺼내서 물에 씻어서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 오이를 적당히 얇게 썰어서 큰 그릇에 날나리 폈다.
오이 한 층을 깔고 그 위에 소금을 짜지 않을 정도로 살살 뿌려주었다.
혹시나 짠맛만 비칠까봐 내가 담은 막걸리 식초를 적당히 넣었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 지나서 다시 뒤적여서 작은 그릇에 옮겨 냉장고에 보관했다.
이렇게 해서 오이절임을 해서 먹었는데 냉장고에 보관한 탓으로
시원한 느낌에 약간의 짠맛이 비치며 새콤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우리집에서 오이절임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제는 처가에서 오이만 가져오면 내 몫이 되었다.
마누라가 매콤한 청량초를 넣으면 더 맛있다고 해서 넣었더니
한 가지 맛이 더 늘었다.
오이절임을 내어놓으면 애들도 과자처럼 잘 먹는다.
맛있단다.
우리집의 요리사는 바로 나다.
적어도 오이절임 담는 것에 있어서는...........
이렇게 해서 오이를 먹으니 그 동안 남아 딩굴던 오이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처가에서 가져온 오이는 오이냉채로 먹을 만큼만 두고 모두 오이절임으로 했다.
큰 다라로 한 양동이니 며칠은 거뜬히 먹을 수 있다.
특히 올해 여름은 여느 여름보다 무더웠다.
이 무더운 날씨에 먹는 오임절임은 정말로 시원한 반찬이었다.
속에 가득한 여름을 식혀준 반찬이었다.
이제는 오이도 끝물인 것 같다.
그러나 여름도 식어가고 있기에 내년을 기약하면 맛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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