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로 초등학교 동기회를 간 마누라
아침에 일어나니 옆에 없다.
그런 탓에 잠을 일찍 깨고 나니 다시 잠이 오지 않을 듯 하다.
밖을 내다보니 세상은 안개 속에 잠겨 있다.
'산에 가볼까. 며칠 사이 비도 자주 와서 버섯이 있을지도 모르니......'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고 물 한병에 복숭아 하나 달랑 들고 집을 나왔다.
시내는 자욱한 여름 안개로 가득하다.
안개등을 켜고 산북을 지나 동로 마광에 들어서니 그 많던 안개는 흔적도 없다.
아침의 햇살이 나뭇잎과 풀잎에 앉은 이슬에 반사되어 더욱 반짝거린다.
아침 이슬을 함초롬히 머금은 물봉선화가 참으로 예쁘다.
자세히 살펴보면 더욱 신기하고 아름다운 꽃이기에 가까이 담아보았다.
7시 반이 지난 아침의 산속은 매미 우는 소리로 가득하다.
밤샘동안 나뭇잎과 풀잎에 앉은 이슬은 아침 이른 방문객 때문에 떨어져버린다.
등산 신발은 이내 흥건히 젖는다.
매년 가는 길이라 익숙하지만 누군가 산 길을 멋지게 다듬어 놓았다.
거치적거리는 수풀을 베어놓았으니 산길이 산뜻하게 드러나 산행길이 아주 쉽다.
혹시나 여름 송이가 날까 싶어 소나무 많은 곳으로 올랐지만 버섯은 흔적도 없다.
'역시 허탕이구나. 그래 운동 삼아 왔는데 조금만 더 오르다 내려가자.'
버섯도 없는 걸 뻔히 알면서 산 꼭대기까지 가려니 힘이 나지 않는다.
'그래 내려가자. 낙옆 많이 쌓인 더미에 혹 가지버섯이 있을지 모르니...'
그나저나 산 전체를 간벌을 해 놓아서 발걸음이 쉽지 않다.
간벌한 나무 썩은 곳에 목이버섯(후디디기)이 있다.
오늘은 아마도 이것으로 만족해야 되리라.
발걸음을 옮기는데 앞 산 계곡에 흰 버섯 군락지가 보인다.
'이게 뭔 버섯이지? 이렇게 군락으로 올라온 버섯을 본 적이 없는데.'
버섯을 자세히 살폈다.
아마도 먹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군락으로 자라는 버섯들(송이, 능이, 밤버섯, 가지버섯 등)은 대부분 식용버섯이 많기에....
혹시나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조금만 따가지고 가서 버섯도감에서 식용여부를 확인할 참이다.
괜히 많이 따 가지고 가서 못 먹는다면 허탈감이 클 것이니 조금만 버섯을 따가지고 왔다.
아니 그런데 이건 뭐냐?
적어도 20M가 넘을 길이에 폭 40Cm 정도 되는 버섯 군락지가 또 보였다.
방금 전에 본 그 버섯이다.
이걸 다 따가지고 가는 것도 그렇고 할 수 없이 내려왔다.
집에 도착하니 9시 반
아직도 여름이 물러서지 않아 무척 더운 탓에 재빨리 샤워를 했다.
그리고 버섯을 정리하고 있는데 막둥이가 일어나서 묻는다.
"아빠 이건 뭔 버섯이라요?"
"나도 잘 모르겠다. 먹는 것 같아서 따가지고 왔는데..."
고놈 눈치하나는 참 빠르다.
그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막둥이가 버섯도감을 뒤진다.
"아빠 이거하고 비슷한 것 없는데요."
일단 버섯을 삶아 그릇에 담아 놓고 혹 독성이 있는지 확인을 위하여 놋젓가락으로 버섯을
문질러 봤다.
잠시 후에 놋젓가락을 살펴보니 아무렇지도 않다.
'독성은 없는 것 같은데....그래도 최종 확인을 하자.'
할 수 없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였다.
거의 한시간 넘게 검색 하다보니 "흰주름 만가닥 버섯"이라고 한다.
식용이라 한다.
기분은 좋은데 갈등이 생긴다.
그냥 두고온 것이 맘에 걸린다.
'내일 연가 쓰고 갈까? 그것도 그렇고.....버섯은 하루 지나면 농해서 못쓰는데.....어쩔까?'
이미 한행부 했기에 다시 동로를 가려니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날씨를 보니 아마 올해도 버섯을 먹기는 글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가자'
시간이 11시라 점심 밥을 조금 먹으면서 버섯도 초장에 찍어 먹어보았다.
특별한 맛은 없는 것 같았다.
가지버섯 만큼 맛은 못한 듯 했다.
버섯을 먹으면서도 아직까지 정말로 식용버섯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 버섯 먹고 가다가 문제 생겨 다시 돌아오는 것 아닌가?'
벗어놓았던 옷을 다시 주섬주섬 입고 버섯 담을 시장 가방 두 개를 가지고 나섰다.
차를 몰고 동로를 가는데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도 있고 해서 독 버섯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는 순간 언제 그런 생각이 있었는지 모르게 산을 올랐다.
쭈그리고 앉아서 1시간 30분을 넘게 버섯을 땄다.
양이 엄청된다.
있는 버섯을 전부 따가지고 오니 두 가방이 가득하다.
오자마자 삶아서 김치통에다 염장을 했다.
이 버섯은 삶아서 염장을 해두면 일년내 먹을 수 있다.
누굴 좀 주고 싶지만 혹시나 문제 있을까봐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생체실험은 내 혼자만으로 족하기에.....
아직까지 별 이상이 없는 것을 보니 먹는 버섯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안심하기에 이른 시간 내일 아침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