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오는 날(2009.10.30)
맑았던 하늘이 어느 새 흐려지더니 세찬 바람과 함께 비를 뿌린다.
떨어진 기온에 움츠려진 몸은 자꾸만 내려앉는 느낌이다.
기분이 그러하니 내리는 가을비가 갑자기 나의 따뜻한 즐거움을 빼앗아가는 듯 하다.
벌써 낙엽 지는 가을이 왔구나!
이 한해도 곧 다 가겠구나 생각하니 세월의 덧없음이 서글퍼진다.
알게 모르게 얼굴에 번진 주름살은 인생의 증표인양 득의양양 늘어만 가는데 인생의
처짐 역시도 더욱 커지는 것 같다.
그래 인생은 그렇게 가는가 보다.
평범하지만 나의 땀 흘린 삶이 있었기에 올 한 해 가족 모두의 행복이 자라지 않았나 싶다.
그래 나는 주어진 숙명처럼 아버지의 길을 가고 있다.
나의 자리는 슬퍼도 울지 않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 자리다.
힘들어 한 잔 술을 마시고 세상의 시름을 다 마셔 버린 다음 날 아무 일 없듯이 툭툭 털고
일어나는 자리다.
주머니 속에 몇 푼 남지 않은 돈을 선뜻 딸에게 내주고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빈 주머니를 만지면서 선뜻 옷 사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흔들림은 가정의 눈물샘을 만들기에 억지로 몸을 가누며 간다.
난 모르는 게 없다고 하면서 혹시나 물을까봐 걱정하는 사람이다.
당당하지도 않으면서 겉으로 당당한 척 하는 위장술의 대가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나도 때로는 울고 싶다.
엄마 없는 아들로서 엄마가 그리울 때 울고 싶은 사람이다.
비 오는 날이면 더욱 생각나는 여린 사람이다.
눈물이 많지만 참는 것이 힘들어 아무도 모르게 우는 사람이다.
왜 작은 아픔들은 비 오는 날이면 자꾸 생각나는 걸까?
눈물과 비는 같은 액체라서 그런 것일까?
오늘은 비 오는 하늘을 보며 나를 더듬어 본다.
나의 자화상은 먹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슬픔이 나를 잡아먹고 있는 것 같은 인생.
그러나 난 잘도 극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