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2010.11.14)
지금 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운명의 기로에 있다.
모두가 가기 싫어하는 가고 싶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선택의 결정은 쉽지 않았다.
수많은 날들 동안 고민 고민하며 결정한 결과물이다.
스스로 자초한 결과물이지만 그것은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 생각한다.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닥칠 불안감과 싸워야 한다.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
고독감과 싸워야 한다.
그래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모두가 주저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나 역시 평범한 인간이기에 그들과 똑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난 그들과 약간의 다른 삶을 살고 싶다.
현실에 안주하는 그런 삶보다는 나그네의 삶을 즐기고 싶다.
떠나는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미지에 대한 불안을 궁금증으로 승화시켜
365일 동안 문경에서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것을 즐기고 싶다.
당장 내일부터 낯선 환경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환경이 주는 것을 나는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모두가 아는 사람들이 주위에서 사라지고 난 뒤 혼자인 고독감을 감수해야 하고
집단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겐 누구보다 강한 잡초 같은 생명력이 있다.
이제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스스로 포기하려한 적은 없다.
힘들 때면 인생에서 삶의 지표가 되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살아왔다.
‘나는 남자인데....... 내가 주저앉을 수는 없지. 우리 어머니도 했는데......내가 왜 못하겠어.’
그래서 지금 가는 이 길은 도망가지 않고 당당히 갈 것이다.
슬퍼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기분 좋게 당당히 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어머니의 당당한 아들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제 부를 수 없는 이름이 된지 2년이 넘었다.
40년을 어머니로 41년을 아버지로 살아오신 어머니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가셨다.
어머니는 힘들 때 우셨다.
아버지의 역할이 힘들 때면 여자로 돌아와서 우셨다.
나는 어머니 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울었다.
그래서 세상은 울지 말고 살아가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세상의 모든 아픔은 눈물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41년의 아버지였던 어머니는 내가 강한 아들이 되기를 바랐다.
지금의 나
중학교 졸업하면서 인생에 낀 역마살을 쫓으며 살아왔다.
※ 역마살(驛馬煞) : 늘 분주하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게 된 액운
그런 액운 때문인지 고등학교 시절은 서울, 그리고 울산, 부산서 보냈고 89년도에 고향으로,
다시 서울,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보면 10년 주기로 역마살이 찾아오는 것 같다.
이번에 자리를 옮기는 것도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어쩌면 내 운명 속에 미리 자리 잡고
있었던 역마살인 것 같다.
어차피 때워야 액운이라면 확실하게 액운을 몰아내자.
내일은 바로 액운을 몰아내는 첫날이다.
깨끗한 마음으로 당당히 출근하자.
그 운명에 거슬리지 않고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러면 액운은 내게서 떨어져 깊이 있는 인생의 두께를 더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