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가 발 냄새 나는데 안 씻는다고 마누라가 나무란다.
"이젠 발냄새 안 나여.”
제법 냄새가 없어졌나보다.
그럴수록 마누라의 목소리는 높아진다.
"아니 안 나긴 뭐가 안나여..빨리 씻어.”
듣고 있던 내가 한마디 했다.
"야아..그냥 내비둬..거름이 되서 키가 더 잘 커여.”
마누라 쌩쌩히 한마디 더 날렸다.
"내가 그럴줄 알았어.”
그러나 내 말이 틀린 것은 아닌 듯 싶다.
불과 한 달 전 나보다 작았던 것이 방금 전 키를 쟀는데 나보다 막둥이가 커다고 한다.
유리문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내가 커다고 우겼는데 마누라 하는 말
"수종이가 더 커여."
"무슨 소리라? 내가 더 큰데."
"뒤로 돌아서 재봐."
할 수 없이 뒷통수 머리를 맛대고 재어보니 이게 왠걸 ...진짜로 나보다 크다.
키를 재고 가는 막둥이 엉덩이를 두드리며 기분이 좋은 것은 무슨 이유인가?
집에 오니 밀양서 주말이라 집에 온 공주는 친구들과 달린단다.
한 잔하고 친구 집에서 잔단다.
둘째는?
공부하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 공부하는게 힘들 수 있으니 그럴 수 있지.'
한 잔하고 들어온 나
일찌감치 잠자리 누웠는데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둘째 우리집 박사님이시다.
안방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한마디 한다.
"아빠 저 생물 경시대회에서 금상 먹었어요."
"와우! 잘했네."
"일 등해서 경북도 경시대회 나가요."
"와우! 대단한데..정말 잘했다."
그러자 생물박사 하는말
"아버지하고 산에 같이 많이 다녀서 그런것 같아요."
"허허..그래 ...잘했다."
그러면서 지갑에 있던 돈을 삼 만 원 주었다.
"잘 쓰겠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둘째 녀석의 말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수시로 산나물 뜯고 버섯 따고 물고기 잡으로 다닌 것이 도움이 됐나보다.
역시 자연 공부가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잘해서 경북도 경시, 전국 경시에서 일등 먹어 스카웃 되면 좋겠다.
허허 아버지의 욕심이 과한 것 같다.
그러나 결과가 안좋더라도 괜찮다.
잘 자라준 것 만으로 나에겐 행복이고 고마울 따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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