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대화

용돈을 위해서라면

청화산 2013. 5. 3. 18:12

울 막둥이 용돈이 많이 궁했나보다.

평소에 워낙 무뚝뚝하여 막둥이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술 한 잔 먹고 들어온 날

막둥이에게 한마디 했다.

아버지랑 뽀뽀하면 돈 만원 준다고.

평소 성격을 봐서 분명히 안 할거라 생각했는데 막둥이가 응했다.

"뽀뽀 어디다 할까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할려면 똑 바로 해야지. 입술에다 해야지."

그랬더니 내 입술에 뽀뽀를 하고 간다.

"야아! 아빠만 하면 되나 엄마도 해줘야지."

그랬더니 막둥이는 엄마한테 뽀뽀를 건성으로 하고간다.

그래서 막둥이에게 내가 한마디 했다.

"엄마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이뿐게 바로 너다."

마누라는 내 덕분에 뜻하지 않은 막둥이 뽀뽀 선물을 받고 좋아한다.

막둥이가 귀여워서 온 몸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마누라

막둥이는 그런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래도 막둥이가 뽀뽀를 해준 덕분에 잠시 웃음꽃이 피었다.

약속한 만큼 할 수 없이 돈 2만원을 주었다.

 

다음날 아침

술이 깨고 난 뒤 지갑을 뒤져보니 이런 천원짜리 밖에 없다.

어제 만원짜리 두 장을 준 것 같았다.

계산을 해보니 나랑 저 엄마한테 했으니 가격은 맞는 것 같다.

등교하는 길에 아들을 보면서 한 마디 했다.

"야아! 아버지가 어제 술 먹고 큰 실수를 했네."

그러자 막둥이 소리없이 씨익 웃는다.

아버지가 술이 취했던말던 난 목적을 취했다는 의미다.

'허허  그놈! 궁하니 저 욕심을 차리줄도 아는구나.'

속에서 소리없는 미소가 가슴에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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