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연휴 참으로 길다.
그러나 나는 길다고 느끼지 않는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나간 것이지 아쉬울 뿐이다.
할 일 없이 빈둥된다면 참으로 시간이 길겠지만 나는 시간을 쪼개서 멋지게 사용한 것 같다.
어제 그렇게 많은 골뱅이를 잡았는데 그래도 아직 직성이 안풀렸나 보다.
아침 늦잠을 잤고 일어나서 어제 삶아놓은 골뱅이를 까는 바람에 반나절이 그냥 휙 지나가
버렸다.
점심을 먹고 나니 아직도 오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돈달산이나 오를까?
그러나 맘이 내키지 않는다.
그럼 골뱅이를 주우로 갈까?
'어제 주운 골뱅이를 까느라고 그렇게 애를 먹었는데 또 줍는다고?'
그도 맘이 내키지 않았다.
이래저래 딩굴다보니 시간은 더디 흘렀고 갑자기 속에서 열이 치밀어오르는 것 같았다.
'에이 가보자. 오늘은 골뱅이 조금만 줍지 뭐'
어제 갔던 장소로 가니 아무도 없었다.
어제 흐르던 물살이 그대로 느껴졌다.
하천에 흐르는 수량은 거의 변화가 없는 듯 했다.
구름이 끼어 날씨가 어두워 약간 탁도가 있는 물 속은 잘 보이지 않았다.
골뱅이를 줍는데 재첩이 많이 보였다.
하천 바닥을 헤짚어니 재첩이 제법 많이 보였다.
'그래! 오늘은 골뱅이 대신에 재첩을 잡자.'
재첩
내 머리 속엔 섬진강 쪽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조개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류쪽에서 재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어제 골뱅이를 잡다가 보이는 것 몇 개 주워와서 삶아보았더니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옛날 재첩국이라 하며 뿌연 국물에 정구지(부추) 썰어넣고 먹었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오늘은 골뱅이가 보이면 잡고 아니면 재첩만 잡기로 하고 하천 바닥을 헤짚었다.
두 시간을 잡으니 어제 세 시간 동안 잡은 골뱅이 양보다 많았다.
어제보다 한 시간 정도 짧게 잡았는데도 이렇게 많이 잡았다.
더 잡으려고 해도 담을 주머니가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서니 빗방울이 떴기 시작했다.
시간 참 절묘하게 맞힌 것 같았다.
비올 때 잡으면 한기가 느껴질터인데 다행이 비를 맞지 않았으니 행운임에 틀림없다.
물 밖으로 나오는데 추위가 느껴졌다.
물 속에 앉으면 머리만 나오는 곳에서 하천 바닥을 쳐다보며 두 시간이나 있었으니
추위를 타는 것이 당연한 법
그래도 재첩을 엄청 주운 것 때문에 추위는 대수였다.
집에 와서 다라에 재첩을 쏟아놓으니 죽은 것 같았던 이놈들이 속살을 내보였다.
소리를 내면서 물을 밖으로 찍찍 뿜어내는 놈들도 있었다.
참 신기했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내가 꼭 생태학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재첩을 깨끗히 씻고 헤금을 하도록 두 시간 정도 두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난 뒤에 재첩을 다시 깨끗하게 두번 씻었고
끓는 물에 재첩을 넣고 국물이 보얗게 우러나오도록 삶았다.
국물이 보통 찐한게 아니다.
색깔이 우윷빛 처럼 느껴졌다.
맛을 보니 식당에서 먹던 맛보다 확실히 다르고 찐했다.
국물 맛이 찐할수록 기쁨도 더욱 찐해졌다.
재첩 양이 엄청이다.
삶고 보니 재첩이 벌어지면서 부피가 더 커졌다.
나는 그냥 재첩 국이랑 재첩 통째로 먹으면 된다고 하니 마누라가 굳이 알맹이를 따로 까야
한다고 했다.
'아휴! 저걸 언제 다 까? 줍는데 두시간 걸렸는데...그 보다 많이 걸린텐데.'
먹는 것도 좋지만 까는 것 또한 일이다.
할 수 없이 딸래미를 불러서 같이 깠다.
포크로 재첩 알맹이를 콕 찍어서 까니 알맹이가 잘 빠졌다.
밖에서 돌아온 둘째보고 재첩국을 내놓으니 맛있다고 했다.
대신 재첩을 통째로 주는 바람에 까먹느라고 시간이 너무 걸려 국물이 식었다고 했다.
식당에서 주는 재첩국에 보면 재첩을 통째로 주는데 내가 너무 많이 준 것 같았다.
재첩이 얼마나 많은 양인지 줄지를 않았다.
재첩국을 다 먹고 온 둘째도 같이 거들어서 재첩을 깠다.
거의 10시 반이 되어서야 재첩을 모두 깠다.
까고 보니 평소 골뱅이 깐 양의 반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골뱅이 삶은 물에서 느끼지 못하는 그 맛이 그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었다.
힘들었지만 좋은 맛을 위한 일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다음 주에 다시 가야 할 듯 하다.
재첩 잡으로......
앞으로 영강에서 나는 재첩은 모두 내가 다 잡아먹으리라..........!
이 모자 하나면 쓰고 가면 거뜬 할 것이니......
'생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상 (0) | 2014.10.26 |
---|---|
말벌집(노봉방) 떼기 (0) | 2014.09.08 |
고기잡이 (0) | 2014.08.16 |
초등학교 동기회 모임 (0) | 2014.06.22 |
참나물 뜯기 (1) | 2014.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