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긴 시간을 달려온 것 같다.
알고 보면 뭐 그린 바쁜 것도 아닐진데 알게 모르게 무거웠나 보다.
그래서 내가 지친 것인가?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시간, 때로 휴식도 필요한 것 같다.
일에서 멀어진 하루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간 기분이었고 얽혀 있던 모든 것들을 하루 단절 시켰다.
이것이 행복인가?
가볍다는 느낌을 받을수록 잠시만의 휴식이 금쪼가리 같이 느껴졌다.
가을의 끝자락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풍광을 보면서 남은 가을을 느껴본다.
산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다보니 낙엽을 이미 다 떨군 감나무의 샛노란 감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올해는 감이 참 많이 달린 한해이다.
감 풍년으로 감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농촌의 근심이 또 하나 생긴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배추값이 폭락하여 농촌에 큰 시름을 안기고 있는 마당에.........
간만에 고향 산에 들렀다.
가을 비가 며칠 동안 내렸는데 오늘은 버섯보다는 운동삼아 시루봉을 탈 참이다.
날씨도 이미 버섯을 지난 철이기에.
오르는 길에 뭔가 수확물이 있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라 생각하며 산 입구에 들어섰다.
작년에 느타리버섯 딴 기억이 있어 그 자리에 가보니 이게 웬 횡재냐?
회색의 느타리버섯이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자연산 느타리버섯의 수확량은 아마도 1키로 정도 되는 양이다.
버섯이 끝난 계절에 이런 버섯이야 말로 횡재중의 횡재이다.
배낭에 넣고 산을 오르는데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오늘 저녁 반찬으로 생각하니 구미가 땡겼다.
머리도 식히고 운동도 하고 또 수확도 있으니 즐거움이 세 배이다.
저 시끄러운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면 이런 기쁨 누릴 수 있을까?
상상도 못할 일이다.
벌목한 산을 오르는 길
한 해 동안 많은 잡목들이 자라 있어서 발걸음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혹시나 더덕이 있나 살펴보니 말라버린 더덕 줄기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나도 캐지 못했다.
그러나 더덕 대신에 삽주를 캤다.
어떤 것은 이미 줄기가 말라 있는 것도 있었고 떡갈나무 밑의 삽주는 아직도 푸른 색을 띠고 있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서 그런지 삽주의 크기가 제법 굵다.
주먹만한 삽주도 캤는데 품질이 아주 좋은 것 같다.
겨울에 시간 많은 날 삽주를 다시 캐로 와야 할 듯하다.
하나씩 캐다보니 제법 양이 되었다.
열심히 캐다보니 땀이 비오듯이 흘러내렸다.
땀이 흐를수록 몸은 지쳐갔다.
그러면서 산중턱까지 올랐다.
시간은 이미 11시 반 산 정상을 오르려고 했던 몸은 이미 기운이 쇠진해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정상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내려왔다.
집에 와서는 느타리버섯을 삶아 정리를 했다.
삶은 느타리버섯을 초장에 찍어먹어니 맛이 제법이다.
대참에 버섯을 많이 먹었다.
그리고 삽주는 물에 씻고 잔뿌리는 잘라서 굵은 창출과 분리를 했다.
시간이 날 때 창출은 껍질을 벗기고 썰어 쌀뜨물에 담갔다가 말려서 약으로 쓸 참이다.
창출은 위장 약한 사람한테 좋다고 하는데 우리집 공주 좀 먹여야겠다.
수시로 체하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 위가 약한 것이니........
하루가 퍼뜩하고 지나갔다.
간만의 휴식 치곤 조용하지만 동적으로 잘 쉰 것 같았다.
코를 골면서 깊은 잠을 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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